[발언대] 로마자표기법 개정案 현실맞게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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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마련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시안이 곧 문화체육부로 옮겨져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용에 관해 말하기전에 우선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이란 제목을 '한국말 발음을 로마자로 적는 법' 으로 고쳤으면 한다.

' (무엇) 을 (로마자) 로 적는다' 는 문장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로마자로 적을 대상으로 '국어의 소리나 글자 가운데 하나' 를 분명히 정해야지 '국어의 모든 것' 을 다 적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다.

개정시안에서는 국어의 소리 (발음)가 아닌 국어의 글자 (한글) 를 로마자로 적는다고 목적을 바꿨다.

그런데 이 시안은 '애' 를 'ai (아이)' 로, '외' 를 'oi (오이)' 로, '왜' 를 'wai (우아이)' 로 적자는 것이다.

예컨대 '당고개' 는 'Dang - gogai' 로 적게 되어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외국인에게 '당고가이' 로 읽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된다.

또 '최 근애' 는 'Choi Gunai (초이 구나이)' 로, '자네' 는 '자너이' 처럼 적자는 제안이다.

이런 방식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ㅐ' 라는 단모음 글자가 더 쪼개면 안되는 최소단위인데도 'ㅏ+ㅣ' 라는 두 음소 글자로 쪼갰기 때문이다.

또 'ㅙ (ㅗ+ㅐ)' 는 양성 이중모음 글자인데 'ㅗ+ㅏ+ㅣ' 로 쪼개 'wai (우아이)' 로 적자는 제안이니, 국어에 원래 없는 '삼중모음 글자' 를 억지로 만든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글자를 쪼개지 말고 대표소리 (음소) 를 기준으로 정해 'ㅐ' 를 'ai' 가 아닌 'ae' 로 정하고, 'ㅚ' 는 'oi' 말고 'oe' 로, 'ㅔ' 는 'ei' 대신 'e' 로 적자는 '약속글자' 를 정해야 한다.

또 '황' 을 'Hwang (후앙)' 으로 적으면 양성 이중모음 '와' 가 '우아' 로 변해 양성모음조화라는 소리체계를 파괴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반모음 (반자음)' 글자 'w' 를 쓰지 않으면 된다.

즉 'ㅘ' 는 'wa (우아)' 대신 'oa' 로 ( '황 - Hoang' 처럼) , 'ㅙ' 는 'wai (우아이)' 대신 'oae (o+ae)' 로 적는다.

같은 원리로 음성모음조화가 반영된 'ㅞ' 는 'wei' 대신 'ue' 로, 'ㅝ' 는 'we' 대신 'ueo' (u+eo) 로 적어야 소리체계가 파괴되지 않는다.

로마자 'y' 는 국제음성문자 (발음기호)에서 '위' 소리를 적으므로 'y' 는 단모음 'ㅟ' 에 한번만 쓰고, 'ㅑ.ㅕ' 같은 이중모음의 첫소리 '이' 에는 'y' 를 쓰지 않아야 문제가 해결된다.

글자적기와 소리적기의 차이점이 '문' 같은 단음절 단어에는 없고 '독립문' 처럼 여러 음절로 된 단어를 적을 때 나타나는데, 음절경계에서 독> '동' , 립> '님' 같은 발음규칙에 따라 '동님문' 으로 발음된다.

따라서 '글자적기 규정' 에 추가하여 '국어의 발음규칙' 을 적용해야만 비로소 실용성 높은 '소리적기 규정' 이 된다.

이 규정의 제목을 '한국말 발음을 로마자로 적는 법' 이라고 정하면 누구나 알기 쉽다.

[최낙구 한국외국어대 대비언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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