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탁제 정치권 입장] 여야 "부동산도 포함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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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신탁제도 도입을 둘러싼 정부.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0일 백지신탁 제도를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직자가 일정액 이상의 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이를 신탁사에 맡겨 강제로 처분하도록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주식 외에 부동산도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17대 의원에게도 적용하자"고 해 정부안보다 한발 더 나가 논쟁을 확대하고 있다.

◇강제 처분이냐, 단순 관리냐=신탁 자산의 처분에 대해 정부안은 강력하다. 자산을 신탁받은 회사가 정해진 기간(60일 이내, 30일 추가 연장 가능) 안에 강제로 이를 처분토록 하고 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부르는 이유다.

반면 한나라당은 강제 처분보다는 선량한 관리의 개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부의장은 "처분을 강제하지 않고 수탁사가 선량한 관리의 역할을 맡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 같이 기업체를 소유한 정치인은 경영권 보호에 별 문제가 없게 된다.

최병국 의원 등이 자체 개정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안은 기업의 대주주를 겸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기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인사는 앞으로 고위 공직자에 임명되거나 선거에 출마할 때 주식 처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법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못박아 그 전에 당선한 17대 의원을 제외하는 한시적 안전장치를 뒀다.

◇17대 의원 소급 적용 논란=한나라당은 재산 신탁제도를 17대 의원에게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7대 의원까지도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은 단순 신탁의 경우 문제가 없으나 신탁사가 임의처분할 경우엔 소급 입법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법을 만들 때 '이 법 시행 당시 공직자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하면 소급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적용 대상을 넓히되 자산 강제 처분을 막자는 반면, 정부는 대상을 주식으로 한정하되 처분을 강제하자고 맞서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은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등은 13일 백지신탁 대상을 '업무 관련성이 있는 자산'으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권 의원은 "기업체를 소유한 의원도 건설교통위나 산업자원위 등 이해가 개입된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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