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교복 한벌 6000원 ‘나눔장터 오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10일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아름다운가게 월성점. 월성주공3단지 상가 지하 1층 가게(260㎡) 한쪽에 100점이 넘는 교복이 걸려 있다.

“보세요. 이건 새 옷이나 다름없지요.” 연두색 앞치마를 두른 박은숙(54)씨와 동료 두 명이 교복을 선별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구은행 부인회 소속 자원봉사자인 이들은 수선이나 세탁할 옷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장 매니저 곽연하(38)씨는 “수선이나 세탁이 필요한 옷은 20% 정도”라며 “깨끗한 교복이 많아 학부모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부인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10일 아름다운가게 월성점에서 재활용 교복을 보여 주고 있다. 중·고교 헌 교복은 수선과 세탁을 거쳐 21일부터 이곳에서 판매된다. 가격은 한 점에 2000~3000원이다. [홍권삼 기자]


달서구의 ‘스마일링 교복 나누기 운동’이 결실을 보게 됐다. 오는 21일부터 재활용 교복 판매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마일링’은 달서구의 슬로건으로 학부모의 얼굴을 활짝 펴게 하겠다는 뜻에서 붙였다.

현재 수집한 교복은 1000여 점.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여 동안 기증받은 달서구의 중·고교생 교복이다. 졸업하는 학생이 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하복·동복·춘추복·조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새 옷처럼 깨끗한 교복도 눈에 띈다. 단추가 떨어졌거나 실밥이 터진 것은 수선소로 보낸다.

수선은 직업훈련기관인 달서구자활센터의 재봉 교육생들이 맡고 있다. 이 운동의 취지를 듣곤 모두 흔쾌히 승낙했다. 세탁은 저소득층의 빨래 봉사를 하는 본동종합사회복지관이 담당한다.

이들의 손을 거친 교복은 21일부터 아름다운가게 월성점(053-643-2004)에서 판매된다. 윗옷이든 바지든 한 점에 2000∼3000원이다. 새 교복은 20만원이 넘지만 이곳에서는 6000원에 한 벌을 장만할 수 있다. 판매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달서구의 교복 나누기운동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달서구 사회복지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학부모들에게 교복 구입비 부담을 덜어 주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문제는 교복을 기증받는 일이었다. 달서구는 이 운동을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달서구의 중·고교 54곳에 안내문을 보내 학교와 학생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아파트 출입구마다 안내문을 붙이고 통장이 집집마다 돌며 동참을 호소했다. 졸업을 앞둔 중3, 고3 학생 2만여 명의 집에는 따로 안내문을 보냈다.

기증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교복 접수 장소를 동 주민센터와 사회복지관 등 30여 곳에 마련했다.

송석범 달서구 주민생활지원과장은 “경제난 속에 절약과 자원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캠페인 아니냐”고 말했다. 박상규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장은 “일거리는 많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자원 재활용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판매 일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구에서도 ‘교복 나눔장터’=대구 칠곡청년봉사회와 아름다운가게 칠곡점, 세븐밸리는 22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북구 동천동의 쇼핑몰인 세븐밸리 서편 광장에서 ‘교복 나눔장터’를 연다. 주민들이 교복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고 이익금을 이웃돕기에 사용토록 기증한다. 시민이 가져 온 교복과 아름다운가게가 기증받은 교복을 함께 판매한다. 가격은 한 점에 2000∼3000원이다. 문의 053-314-1008.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