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최후의 날'유물전…24일부터 예술의 전당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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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라인강 서쪽의 유럽 전역와 브리타니아의 절반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유프라테스강까지 거대한 땅을 지배했던 로마. 기원전 6세기부터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까지 1천년 가까이 로마가 이룩한 것은 실로 셀 수없이 많다.

유럽을 가로지르는 거미줄같은 도로망, 로마건축, 로마자, 로마법, 군대의 용병술 그리고 로마신화까지. 이들은 현재도 서구문화의 맨 밑바닥에서 심리적 기층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서구문화의 아이덴티티에 원형 (原型) 의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인의 모습은 여기에는 담겨있지 않다.

로마식 건축물에 살면서 로마법의 지배를 받았던 로마인의 삶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것은 18세기중반 발굴의 첫삽질이 시작된 폼페이 뿐일 것이다.

거기에는 신전과 공회당.원형경기장과 같이 역사위에 흔적을 남기기 쉬운 공공건물은 물론, 선술집.빵집.노예가 살았던 부엌방까지 로마인들의 생활이 생생히 남아있다.

이처럼 고대로마문명의 보물창고라 불리는 폼페이의 유물들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주최한 '폼페이 최후의 날 유물전' 이 예술의전당 미술관 (580 - 1234)에서 24일부터 열린다.

18세기후반 주세페 피오렐리가 떠낸 폼페이 희생자의 석고캐스트에서부터 폼페이인들의 일상을 치장했던 장신구와 생활용품, 건물장식의 벽화와 모자이크화 그리고 검투사의 정강이받이 대리석 신상까지 나폴리박물관과 폼페이박물관에서 대여해온 1백51점이 소개된다.

이들 유물은 공화정말기의 로마가 꽃피운 헬레니즘 문화의 정수. 하나 하나에는 폼페이인의 삶이 담겨 있지만 실은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던 로마인들의 살아있는 숨결도 겹쳐져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고대로마 문화전이란 이름이 추가될 수있을 것이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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