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 앞두고 주민반대등 이유로 행정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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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오자 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행정심판결과를 무시하거나 각종 행정절차를 번복하는등 '님비 (NIMBY) 편들기 현상' 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남도는 16일 "사회복지시설인 '거창꽃동네' 가 들어 설 예정인 거창군위천면상천리 일대 20여만평에 대한 도유림 사용동의를 철회한다" 고 천주교청주교구 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 吳雄鎭신부) 측에 통보했다.

경남도는 95년 1월 부랑인과 장애인등 1천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짓도록 도유림 사용동의를 해 줬다가 주민들이 반대하자 이를 2년6개월여만에 번복한 것이다.

도의 이같은 조치는 "사회복지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자치단체가 찬반의견으로 나뉘어 있는 현안을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했다" 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시는 94년 9월 민자유치사업으로 낙동강 지천 (支川) 인 김해시진례면화포천의 직강 (直江) 공사를 추진하면서 1천여명의 주민들이 남는 땅의 이용권을 주장하며 반대하자 공사허가를 지금까지 내 주지 않고 있다.

이에 사업시행자인 아성개발 (대표 李榮悅.54) 측이 95년 4월 경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 이겼으나 2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구간을 지나는 진례~장유간 지방도의 다리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강공사후 다리를 놓으면 다리 길이가 20여로 짧아지지만 현상태에서 공사를 할 경우 다리 길이는 75가 돼 공사비가 30~40여억원이 더 들어가기 때문. 아성개발 李대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사업을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민선단체장들의 선거를 의식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며 "2년동안 설계비와 직원 인건비등 4억여원이 날아 갔지만 보상받을 길이 없다" 고 말했다.

함안군은 천주교마산교구 사회복지법인 범숙재단이 짓기로 한 함안군산인면입곡리 땅 1만2천여평에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로사의 집'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다 지난5월 행정심판에서 졌으나 '주민들과 합의하라' 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기장군도 사회복지법인 '욥의 마을' 이 정관면달산리에 추진중인 정신요양원의 건축허가를 지난1월 행정심판에서 패소한 뒤에도 내주지 않고 있다.

창원대행정학과 김정기 (金正基) 교수는 "여론을 감안하는 것도 행정행위의 하나지만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창원.부산 = 김상진.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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