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여행사.사진관.宅配역할서 환전업무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여행사.사진관.식당.택배점 (宅配店) 역할에서부터 외화 환전업무까지…. 일본에서 '편의점 만능시대' 가 본격화되고 있다.

동네마다 구석구석 파고든 엄청난 점포와 24시간 영업이라는 장점에다 최근 규제철폐의 순풍을 업고 영역 넓히기에 나선 것이다.

작년말 현재 일본에는 약 43만개의 편의점이 있는 것으로 추계됐다.

편의점에서의 전기.수도.전화요금 등 공공요금 수납대행은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전국에 6천3백여개 체인을 가진 로손은 최근 일본빅터.야마토운수와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통신판매업에 나섰다.

회원이 통신판매업체등에 주문한 물건을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인수해 보관하다가 주인이 찾아오면 건네주는 것이 로손의 역할. 독신자등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관련 규제가 철폐되면서 편의점의 여행상품 판매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 (일본교통공사) 는 훼밀리마트.로손.산숍 야마자키 등과 제휴, 편의점 매장의 단말기를 이용해 여행상품 판매에 나섰다.

미니스톱등 4개 편의점 체인은 점포에 정보단말기를 설치해 여행상품은 물론 구치등 고급 외제품도 간편하게 구입하는 길을 열었다.

소비자가 점포에서 단말기로 주문하면 제휴사인 신용판매회사를 통해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편의점의 정보단말기는 매장 면적의 한계를 뛰어넘고 백화점의 고급품매장을 잠식하는 효과에다 전자화폐의 일반화 등 다가올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하는 의미까지 갖는다.

이밖에도 최근 디지털카메라 구입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코닥은 각종 디지틀화상을 처리해 주는 전용단말기를 전국 편의점에 설치하기 위해 편의점 체인들과 교섭중이다.

한편 편의점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일본판 빅뱅으로 개정된 외환법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문제. 법개정으로 내년 4월1일부터 편의점들도 종래 지정은행에 한정됐던 외화 환전업무를 취급할 수는 있게 됐지만 이 경우 작은 점포내에 현금.여행자수표를 보관하는데 따른 안전성 문제, 위조지폐를 감별하기 위한 시설투자 등이 부담스러운 것. 그렇지만 이 업무를 취급하는데 따른 득 (得) 도 적지않을 전망이라 편의점 업체들은 득실을 따지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어쨌든 올해 일본의 소매업종 설비투자증가율 조사결과 편의점 업계가 백화점.전문점을 제치고 26.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앞으로 편의점의 업무다각화 추세가 계속될 것을 시사한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