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당국이 분석한 북한도발 성격 황장엽씨 시나리오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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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장엽 (黃長燁) 씨의 전쟁 경고가 있은지 불과 엿새만에 북한군이 중동부 전선 비무장지대에서 국지도발을 감행,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북한군은 박격포와 무반동총등 중화기까지 동원, 아군을 공격함으로써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교전이 벌어진 중동부전선에는 밤늦게까지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일촉즉발의 긴장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군 당국은 중동부전선 일원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는등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북한의 도발 의도및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군 당국은 일단 북한의 도발이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적 침략이라고 보고 있다.

아군의 수차례에 걸친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14명이 군사분계선 (MDL) 을 넘어 남하해온 것은 단순 정찰활동을 넘어 의도한 바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군은 아군이 경고사격을 해올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이를 도발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한국군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엄중한 무장도발행위를 감행했다" 며 도발을 우리측에 뒤집어 씌웠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군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중이나 이번 도발은 그동안 박차를 가해온 전쟁준비태세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黃씨가 증언한 북한의 전쟁시나리오를 보면 북한은 특수부대원에게 국군복장을 입힌뒤 남한이 북침한 것처럼 꾸며 마치 그에 대한 응징을 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며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돼 있다.

자신들이 먼저 침범, 우리측 경고사격을 유도하고도 마치 우리측이 먼저 도발한 것처럼 역선전하는 이번의 태도가 黃씨의 시나리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군은 이번 도발이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반의 대비태세에 들어갔다.

이날 동원된 북한측의 무기중엔 박격포등 중화기도 포함돼 있다.

이는 말단 초소 임의로 사용할 수 없고 상부의 사전허락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최초 도발과 함께 중화기가 사용된 점은 사전 각본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증거인 셈이다.

특히 북한군 25사단은 김정일 (金正日) 친위대인 김명국 5군단장 (상장) 의 직속부대여서 더욱 그같은 혐의를 짙게 한다.

북한은 평양방송에서 밝힌대로 우리측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며 역선전공세를 펴면서 이를 핑계삼아 그동안 주장해왔던 미국과의 장성급 회담을 고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도발은 70년대이후 비무장지대에서 일으킨 것중 최악의 것이어서 4자회담 예비회담등 일련의 회담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게 분명하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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