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본에 충실합니까?

중앙일보

입력


전직 대통령의 정장과 예복을 맞춰온 세기테일러의 윤인중 연구원장과 윤일석 대표. 멋쟁이 비즈니스맨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은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정장을 입는 것이다.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수트 입기는 스포츠와 닮았다. 정해진 룰을 지키고 기본기를 갖춰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멋쟁이 비즈니스맨이 돼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수트의 법칙을 따르라.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 그들의 카리스마와 클래식 수트는 불가분의 관계일성싶다. 버락 오바마의 경우는 어떤가. 이 설득의 달인은 연설 때 노타이 차림으로 청중의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유로운 개혁가의 모습이다. 언뜻 앞의 두 인물과 다른 듯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수트의 기본만은 고수한다. 이 점이 오바마를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패션리더로, 남성 패션지의 커버를 장식하는 뉴아이콘으로 자리잡게한 이유다. 정장 재킷의 버튼 개수가 유행 따라 요동 쳐도 꾸준히 2버튼을 입고, 윗 버튼만 잠그는 철칙을 고수한다. 색상도 검정과 남색을 고집한다. 단지 키 186cm, 허리 33인치의 늘씬한 몸에 걸맞게 슬림한 라인을 살린 심플 스타일을 추구할 뿐이다.

 맞춤 정장을 만드는 세기테일러의 윤일석 대표는 “패션리더의 조건으로 몸매, 패션 센스, 당당한 태도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이즈만 잘 맞아도 스타일의 반은 완성된다”고 말한다. 몸에 맞는 옷은 체형을 보완하고 스타일까지 살려준다는 얘기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들의 정장과 예복을 맞춰온 세기테일러 윤인중 연구원장의 의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사이즈가 맞는 옷은 세월과 유행도 타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클래식이란 10년 후도 새 것 같은 옷, 새 옷도 10년을 입은 듯 편안한 옷’이라고 귀띔한다. 윤 원장은 ‘동양인 체형에 수트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속설’에 대해선 선입견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루엣의 결정적 차이는 동서양에 관계 없이 어깨가 높거나 낮은 사람, 허리통이 가슴둘레보다 굵은 비만형 등 불균형 체형에서 비롯될 뿐이라는 것. 윤 원장은 수트를 입을 때 지켜야 할 원칙 몇 가지를 제시했다.

 바지통은 구두의 75%를 가리는 게 적당하고 걸을 때 양말은 보이지 않는편이 좋다. 그는 “한때 팔다리 길이가 긴 정장이 유행해 외국에서 한국인 찾으려면 팔다리 길이를 보고 찾는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조끼는 밑으로 벨트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넥타이의 길이는 벨트 라인을 살짝 덮는 정도가 적당하다. 바지 밑단을 접은 부분인 턴업은 앞주름이 있는 바지에 어울리며 구두의 등을 살짝 덮는 정도가 좋다. 또 드레스 셔츠는 속옷 개념으로 맨 몸 위에 입어야 하며 셔츠 소매는 수트 소매보다 1.5cm 더 나와야 한다. 반소매 셔츠는 원칙에서 벗어난 차림이다. 정장 상의는 입고 있는 게 격식에 맞으며 앉아있을 때 말고 버튼은 반드시 채워둬야 한다. 2버튼의 경우 맨 위의 버튼만, 3버튼은 가운데만 채운다. 또 예복이 아닌 정장의 구두는 끈이 달린 스타일의 갈색 톤이 정석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디테일은 스타일 완성의 기본잣대다. 잘 입은 정장은 태도 및 매너를 만들고, 매너 및 태도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패턴. 박정희 대통령은 새 정장을 맞추기보다 수선을 더 많이하는 절약형이었다.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