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한 줄] 『산사의 주련』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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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질까 잎이 필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 소식이라도 들릴까…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 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호 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절집의 현판글씨인 주련(柱聯)을 중심으로 절과 고승에 대한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음미한 사진 에세이집 『산사의 주련』(제운 스님·한민 지음, 청년정신, 304쪽, 1만5500원)에서

“진실을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 속엔 저승의 강 레테가 은밀히 흐르고 있다. 그 강물을 마시는 자는 자신의 죽은 육체의 껍데기를 벗어놨듯 기억을 내려놓고 저승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까 진실은 망각되지 않은 것이다.”

-3대에 걸친 한 집안 여성들의 사랑, 망각 그리고 죽음을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낸 독일 소설 『사과씨의 맛』(카타리나 하게나 지음, 조경수 옮김, 상상공방, 328쪽, 1만1000원)에서

“나는 댄스홀에서 이때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예술비평 방법을 보았다. 피아노 위에는 이런 게시문이 붙어 있었다. ‘피아노 연주자를 쏘지 마십시오. 그는 지금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곳 피아노연주자들의 사망률은 놀라웠다.”

-소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영국의 탐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예술 비평을 모은 『일탈의 미학』(오스카 와일드 지음, 원유경 외 옮김, 한길사, 388쪽, 2만7000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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