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감독할 별도 위원회 설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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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이 5일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당 미디어발전특위(위원장 정병국 의원)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공영방송법(가칭) 제정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는 방청객과 취재진 등 200여 명이 몰렸다. 지난달 22일 ‘디지털 방통 융합시대의 미디어산업 활성화’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은 두 번째 미디어법 관련 토론이다.

토론회에서는 문화방송(MBC)을 공영방송으로 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성우(법학) 단국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공영방송은 시청료라는 공적 재원에 의해 공적 영역을 담당해야 한다는 원칙하에서 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공영방송은 광고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민영방송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며 “이는 민영방송 사업의 성장에도 걸림돌일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공적 프로그램 공급 기능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MBC는 소유 구조는 공적이지만 재원 구조가 민영적이라 공영방송법의 범위 안에 포함할지 제외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와 별도로 독립적인 공영방송위원회를 설치해 공영방송을 감독할 것을 제안했다.

김동욱(행정학) 서울대 교수도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을 제한적 공영방송으로, MBC의 경우 주식회사는 공적 소유 형태를 띠고 있지만 대부분의 재원을 광고에 의존하는 민영방송의 형태라고 분류했다. 이선재 KBS 대외정책팀장은 “수신료가 공영방송의 주 재원이 되고 광고가 보조 재원이 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수신료를 현실화하고 광고 비중을 축소하는 재원의 공영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공영과 민영의 분류 기준은 재원 구조가 아닌 소유 구조”라며 “재원 구조가 민영적이라는 이유로 MBC를 다른 방송사와 분리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방송법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만 부각되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회를 맡은 이창근(미디어영상학) 광운대 교수는 “이 이슈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 같다”며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 교수도 “그동안 이 문제에 관해 공개적인 발제를 사양해 왔다”며 “공영방송에 있어서만큼은 원칙적인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정병국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내용상 우리나라의 모든 방송은 상업 방송”이라며 “IPTV 시대가 열리면 무한경쟁을 하는 다채널·다매체 시대가 되기 때문에 이대로 그냥 두면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KBS와 MBC의 민영화가 아니다”며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법 체제를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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