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김연아! …‘죽음의 무도’에 세계가 숨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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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김연아가 애절한 표정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피겨 요정’의 최고 연기에 심판들도 최고 점수로 화답했다.

김연아(19·군포 수리고)가 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움 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기술점수 42.20점에 예술점수 30.04점을 얻어 합계 72.24점으로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71.95점)을 0.29점 끌어올렸다. 그간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게 소원”이라고 했던 김연아는 ‘제2의 홈’ 캐나다에서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65.94점을 받았던 김연아는 “실수만 없으면 70점을 넘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최고점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내년 2월 겨울올림픽이 열릴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최고점을 받아 기분이 좋다. 이 느낌 그대로 프리스케이팅까지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수 없이 말끔한 연기=김연아는 이번 대회와 다음 달 세계선수권을 겨냥해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 그의 바로 앞에서 연기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예상 밖의 저조한 점수(57.86점·6위)를 받았다. 곧이어 링크에 들어선 김연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배경음악인 ‘죽음의 무도’가 흐르자 예의 강렬한 눈빛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연속 3회전) 점프(기본점 9.5점)를 깔끔하게 성공, 0.4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실수했던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 점프(기본점 6.0점)에서도, 세 번째 점프인 더블 악셀(기본점 3.5) 점프에서도 각각 1.4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세 차례의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킨 김연아의 진가는 후반 들어 더욱 빛났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레이백 스핀과 플라잉 싯 스핀, 체인징 콤비네이션 스핀 등 모든 스핀에서 최고인 레벨4를 받았다. 채점 기준이 까다로워 좀처럼 레벨4를 주지 않는 직선 스텝에서만 레벨3를 받았을 뿐 나머지 연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매 시즌 놀라운 성장=정확한 에지와 회전수 덕분에 김연아의 점프 점수는 언제나 높았다.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같은 새로운 점프에 도전하지 않는 한 점프에서 점수를 추가하기 어려웠다. 다른 요소에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했다. 그는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던 프로그램(록산느의 탱고)에서 답을 찾았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죽음의 무도)은 순서만 다를 뿐 프로그램 구성 요소가 그때와 같다. 2년 전 2개였던 레벨4 스핀이 3개로 늘었다. 또 모든 요소에서 단 한 개의 실수 없이 모두 가산점을 받았다.

이런 결과는 김연아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훈련시킨 브라이언 오서 코치, 그리고 힘든 훈련을 참고 견뎌낸 김연아의 합작품이다. 이날 쇼트프로그램은 그런 노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싯 스핀에서는 자세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레이백 스핀에서는 빠르게 허리를 뒤로 젖혀 재빨리 도는 데 성공했다. 회전이 빨라진 덕분에 같은 시간에 많은 회전수를 기록했다. 그가 스핀에서 높은 레벨을 받은 이유다. 주니어 시절 그를 가르쳤던 신혜숙 코치는 “이 정도로 레벨을 끌어올린 걸 보면 엄청난 양의 연습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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