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가 국민에 드리는 말씀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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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심하게 보살펴준 정부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서울도착 이래 많은 것을 배웠고 큰 대학을 나온 것 같이 느끼고 있다.직접 보고 들은 한국의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북한의 노동자.농민은 기아와 빈궁 속에서 초보적 생존권마저 빼앗기고 있고 금수강산은 황폐화하고 있다.북한의 비참한 현실은 전적으로 그릇된 정치체제와 범죄적 무력통일정책,반인민적 지도사상이 가져다준 결과다.

북한의 무력남침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왔다.북측은 철두철미 무력통일을 추구하고 있으며 40여년동안 전쟁준비에만 열중해 왔다.북측의 전쟁준비는 상상을 초월하며 북한 사회는 전쟁분위기 일색이다.

북한내에서는 북침위험을 믿는 사람은 없으며 북침위험을 떠드는 당사자들도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북한의 자립경제는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남은 것은 군대 뿐이다.북한 통치자 앞에는 개혁.개방이냐,전쟁도발 모험이냐의 두가지 길밖에 없다.

식량원조를 받으면서도 제국주의 타도와 붉은기 고수를 외치며 허장성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개혁.개방 의사가 없고 전쟁도발의 길만 모색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다년간 북한통치의 참모부에서 일하면서 통치자들의 전쟁도발 의지를 절실히 체험했다.

남침이 성공할 경우 전쟁을 일으킨 북측보다 통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남측이 민족과 역사앞에 더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결과가 된다.

남과 북의 하늘과 땅같은 차이를 직접 목격할수록 북한을 오늘의 비참한 상태로 이끌어온 독재통치자들에게 복무해온 지난날의 죄과를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전쟁을 막고 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통일을 이룩하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갈 것을 맹세한다.

1997년 7월10일 황장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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