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 도쿄都 의회선거서 야권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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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수도 유권자들이 지난 6일 실시된 도쿄(東京)도 의회선거에서 이합집산을 일삼아온 야권 정당들에 따끔한 심판을 내렸다.

중앙정치의 시험무대이기도 한 도의회선거에서 공산당을 제외한 신진당.민주당.사민당.태양당등 모든 야당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특히 중앙정계에서 명색이 제1야당인 신진당은 출마자 전원이 낙선,단 1석도 확보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도의회 제2정당 자리를 노리던 민주당은 의석수가 오히려 줄었고,지난해 12월 신진당에서 분가(分家)한 태양당 역시 전패했다.사민당은 기존의 4석에서 1석으로 쪼그라 들었다.

도쿄의 유권자들이 야권정당에 등을 돌린 것은 야당가의 잦은 탈당.창당사태에 대한 염증때문으로 풀이된다.참신성보다 일관된 정책에서 나오는 신뢰성을 정당의 선택기준으로 더 중요시했다는 해석이 많다.지난번(93년)실시된 도의회선거에서 참신성을 무기로 일약 20석을 따내 돌풍을 일으켰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전총리의 일본신당이 그후 신진당에 합류했다가 지난달 호소카와 본인을 비롯한 핵심세력이 탈당한 것도 유권자들의 염증을 부추기는데 한 몫했다.재작년 창당한 신진당,지난해 깃발을 올린 민주당.태양당과 최근 당명.정책을 바꾼 사민당이 내건 미사여구(美辭麗句)들을 유권자들은 차갑게 외면했다.

확산된 정치적 무관심과 때마침 닥친 불볕더위가 사상 최저의 투표율(40.8%)로 나타난 가운데 그나마 투표소를 찾은 야권성향의 표는 공산당이 독차지했다.공산당은 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파고들어'우리를 뺀 모든 정당이 총여당화했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일약 도의회 제2정당으로 발돋움했다.지난해 중의원선거에서 제3야당 지위를 확보한데 이어 자민당과 당당히 도쿄 도정(都政)을 논의하게 된 것이다.일본정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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