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박진만 '꽉 찬 만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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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때문에 난리다. 불량 단무지를 사용해 만든 이른바 '쓰레기 만두'때문에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프로야구 판에서도 '만두'때문에 난리다. '만두'는 현대 박진만(28.사진)의 별명이다. 프로 초년병 시절이던 1996년, 팀 선배들이 박진만의 이름 '진만'을 "찐만아"→"찐만두"→"만두야"로 부르면서 생긴 별명이다.

박진만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유격수다. 그 '최고수'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자신이 팀을 골라 옮길 수 있다. 그래서 벌써 박진만이 내년에 어느 팀에서 뛸 것인지를 놓고 난리다. 정수근(롯데)이 기록한 자유계약선수 최고 몸값(6년 40억600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진만이 '뜨거운 만두'가 된 이유는 '불량 만두'가 아니라 속이 꽉 찬 '알찬 만두'라서다. 박진만은 9일 LG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9회 말 팀에 승리를 안기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박진만의 끝내기 홈런은 이번 시즌 벌써 두번째다. 지난달 25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올 시즌 그가 때린 여덟개의 홈런은 이처럼 대부분 영양가 만점이었다. 9일까지 통산 91개의 홈런을 기록한 박진만은 올 시즌에 통산 100홈런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6연승을 달린 현대의 상승세는 박진만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연승을 올리는 동안 박진만의 기록은 18타수 10안타(타율 0.556)에 2홈런.6타점이다. 덕분에 시즌 타율도 0.303으로 끌어올렸다.

박진만은 프로 데뷔 이후 딱 한번(2001년 0.300) 3할을 기록했다. 수비 위주의 유격수라서 타격은 0.250만 넘어도 합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올 시즌 박진만은 'FA 시즌'이라는 상승 효과가 겹쳐 생애 최고 타율을 기록할 페이스다.

박진만은 "지난해(12월) 결혼한 뒤 모든 게 안정됐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밥도 맛있고, 운동도 할 맛이 난다. 개인기록에 큰 욕심은 없다. 타율 0.280대에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라고 말한다. 박진만의 속에는 '쓰레기'와는 거리가 먼, 홈런.호수비.센스 등 '실속'만 가득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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