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보다 부품업체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불황으로 새 차를 사진 않아도 갖고 있는 차는 정비해야 한다.”

미국의 투자 전문 주간지 배런스 최근호의 표현이다. 불황기엔 완성차 업체보다 부품업체가 오히려 투자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손명우 KB투자증권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도 지난 3일 보고서에서 “국내 대표적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불황기에 강한 경기방어주”라고 분석했다.


세계적 불황으로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급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뺀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판매가 크게 줄었다. 그렇지만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의 사정은 다르다는 게 배런스와 KB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신차 출시 감소로 완성차 업체에 대한 판매는 줄었지만 애프터 서비스(AS) 수요가 늘기 때문이란다. 전문가들은 거리에 낡은 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부품주에 대한 호재로 보고 있다. 즉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일수록 AS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신차 시장은 죽었지만 애프터 마켓 부품 시장은 지난해 2150억 달러로 건재했다.

한·미 양국에선 모두 고령차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3년이던 평균 차령이 2007년 10.1년으로 높아졌다. 한국에서도 출시된 지 15년이 지난 초고령차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3년 0.6%이던 초고령차의 비중이 지난 해 3.8%로 급증했다. <그래프 참조>

협회는 “경기 침체로 자동차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차를 과거보다 오래 사용하거나 설사 바꿔도 중고차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요인 덕에 현대·기아자동차에 AS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폭락장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15일부터 4일 현재까지 현대자동차 주가가 25.6% 떨어지는 동안 현대모비스 주가는 19% 하락한 데 그쳤다. <그래프 참조>

KB투자증권은 올 1분기에 현대모비스의 완성차 업체에 대한 매출은 4%가량 줄겠지만 AS 사업은 1.6%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부품업체가 불황에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미국의 빅3와 국내 쌍용자동차처럼 사정이 어려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이 높은 곳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와 거래가 많은 업체들은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으며, 주가도 강세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모비스는 이런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품업체다.

그 다음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업체는 한라공조. 안수웅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라공조는 현대차 그룹에 독점적으로 공조 시스템을 공급하기 때문에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이익 훼손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라공조는 지난해 4분기 23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007년 4분기에 비해 10%가량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 덕에 이 회사 주가는 4일 10% 이상 올랐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