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가는길>2. 대외개방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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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도의 변화는 해외투자 유치에 대한 노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인도에서 외국자본은'배척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인도 정부가 앞장선'유치 목표'가 됐다.

한국 자본도 예외는 아니다.지난 5월 중순 뉴델리에서는 인도 상공회의소(FICCI)와 인도 주재 한국기업인협회가 공동 주최한 인도 주정부들의 투자유치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김대석 인도 무역관장은“인도 정부및 경제단체들이 외국기업 유치나 합작사업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가 최근 몇년새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인도 일간지'더 힌두(The Hindu)'의 경제기자인 슈스마 라마찬드란은“경제 개방에 대해 아직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 경제의 대외개방과 외자유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최근 인도 정부관리들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외국기업 유치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인도 경제기획청에서 총리실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리니바산은 “경제개발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본 부족”이라며“초기 개발 자본을 마련하기위해 외국기업 유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한해 1백억달러의 외자유치라는 목표를 내걸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는 25억8천7백만달러에 달했지만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외국인투자는 주로 통신.전력등 사회간접자본에 몰려 있다.91년8월~96년3월동안 이루어진 외국인직접투자중 통신(전체의 27.8%)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60%를 넘는다.

이는 아직까지 인도가 갖고 있는 한계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이제 초기개발단계인 인도의 사회간접자본은 태부족인 상황이다.이 문제가 먼저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고서는 방대한 인도의 잠재수요도'그림의 떡'일 뿐이다.

인도 정부도 외자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정비가 필수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인프라 정비를 위해 필요한 방대한 외자조달을 인프라가 갖춰지지않은 현상황이 가로막는'딜렘마 상황'때문에 고민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뭄바이에 진출한 대우증권의 김창근 사장은“아직까지 인도 시장은 생각보다 수요가 없는 편”이며 따라서“처음에 작은 규모로 들어와 장기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진출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어컨을 소유하고 있는 인도인은 총인구의 1%,자동차 2%,오토바이 7%,냉장고 12%,컬러TV 30%,흑백TV 42%인 것으로 집계됐다.거꾸로 말하면 시장을 늘려나갈 여지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이런 잠재수요는 기업의 모험심을 발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중국 초기 진출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인도정국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정권변화에 관련없이 시장개방이라는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대형 외국인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소니가 인도 정부로부터 1백% 투자 승인을 받아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뉴델리=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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