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상이변...한달째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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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바캉스계획으로 한창 들떠 있어야할 유럽사람들이 요즘 이상기후로 마음이 무겁다.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기상이변은 벌써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산악지역에선 한 여름에 때아닌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해안지역에선 좀처럼 해를 구경하기 힘들다.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피레네산맥에선 지난달 30일 60㎝가 넘는 폭설로 등산객 30여명의 발이 묶였다.대피소에서 벌벌 떨며 밤을 지새운 이들은 헬기로 간신히 구조됐다.이탈리아 피에몬테쪽으로 알프스 등정에 나섰던 이탈리아의 한 등반객은 지난달 30일 동사체로 발견됐다.

네덜란드에서는 낙뢰를 동반한 폭우로 3명이 사망했다.프랑스 파리와 리용을 잇는 6번 고속도로에선 지난 1일 갑자기 내린 호우로 17중 추돌사고가 발생,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파리를 비롯,런던.브뤼셀.암스테르담.코펜하겐등 중서부 유럽의 대도시에 한달째 햇빛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지루한 장마 속에 기온도 평년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지난 1일 파리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16.9도에 불과했다.프랑스 남서부 툴루즈는 이날 최고기온이 섭씨 15도밖에 안올라가 50년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왠지 춥고 어설픈 늦가을 날씨를 방불케 하고 있다.

파리에 놀러왔다 감기만 들어 간다고 투덜대는 관광객이 속출하고 있다.여름 옷 몇벌만 달랑 들고 왔다가는 감기 들기 십상이다.유럽에는 이미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어디서도 바캉스기분을 느낄 수 없다.모두 날씨 탓이다.관광업계가 울상이다.대목을 노렸던 여름장사꾼들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지난봄 50년만의 가뭄이라고 마른 하늘을 원망했던 유럽사람들이 지금은 지칠줄 모르는 궂은비를 원망하고 있다.포도를 비롯한 농작물 수확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기상대는 대서양과 러시아쪽에 각각 발달한 고기압사이에 형성된 저기압골이 한달째 중서부 유럽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따른 이상기후라고 설명하고 있다.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이란 예보외에 언제부터 평년의 날씨를 회복할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유럽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미리 날씨부터 살필 일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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