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강하게 그리고 화려하게 … ‘불황 넘기’ 빨강 클럽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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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해마다 열리는 PGA골프용품 쇼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새로운 골프용품의 경연장이다. 1970년대 초반엔 그라파이트 샤프트가 처음으로 출시돼 눈길을 끌었고, 몇해 전엔 사각형 헤드를 장착한 드라이버가 주목을 받았다. 2일(한국시간)까지 열린 올해 용품 쇼에는 지면에 세워 놓을 수 있는 퍼터, 신발 바닥이 회전하는 골프화 등이 관심을 끌었다. 56회째인 올해 쇼에 참가한 업체는 전 세계 76개국 1100여 개. 두드러진 특징은 디자인의 다양화였다. 무채색은 사라지고 빨강·노랑 등 원색의 클럽이 주류를 이뤘다.

올랜도 골프쇼에 골프 팬들이 몰려든 모습. LPGA 부스에 장정·이선화 등 한국 출신 LPGA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올랜도=박종근 기자]


◆클럽 디자인 다양화=클럽 형태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올해 골프용품 쇼에 출시된 클럽들의 형태는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었다. 전통적인 삼각형은 물론 사각·육각형 드라이버 헤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클럽이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각형이라 하더라도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해 헤드 뒷부분을 납작하게 만드는 등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이 대세였다. 피팅 개념도 발전하고 있다. 각 클럽 메이커는 헤드 하나에 여러 가지 샤프트를 한 세트로 해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멀티 샤프트 시스템을 내놨다.

불황 때 화려한 컬러가 유행하 듯이 드라이버 헤드의 색상은 빨강이 주류를 이뤘다. 캘러웨이·클리블랜드·던롭 스릭슨·타이틀리스트 등의 업체들이 출시한 드라이버 헤드의 컬러는 모두 빨간색 일색이었다. 골프용품 쇼를 둘러본 KJ골프 장춘섭 사장은 “헤드 재질의 변화가 한계에 이르자 업체마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 제품만이 살아남는다=경제 불황에도 첨단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의 제품은 인기를 끌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거리측정기를 내놓은 골프버디코리아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앞세워 이번 골프용품 쇼에서 3000만 달러(약 420억원)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샤프트 업체인 매트릭스도 이번 용품 쇼에 첨단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샤프트는 16각이다. 원통형이던 샤프트는 최근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3각, 4각, 5각이 나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국내 업체 매트릭스가 이를 더욱 발전시킨 16각을 만든 것. 한 자루에 1200달러(약 160만원)를 호가하는 고가에도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골프클럽 메이커들과 2000만 달러가 넘는 수출 계약을 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올해 출시하는 드라이버 40만 개에 이 회사의 샤프트를 장착할 예정이다.

국산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CT&T의 골프 카트도 돋보였다. 지난해 미국 경찰에 4000대의 전기자동차를 공급하고 중국 공안에도 전기차를 납품한 이 회사의 부스 앞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CT&T는 디자인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많은 골프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티펙 등 단순 가공제품을 팔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제 고부가가치 상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올랜도=정제원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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