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블루슈머’ 이슬람 여심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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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이슬람 국가의 개방 확대로 8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블루오션(경쟁자 없는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KOTRA는 2일 ‘부상하는 이슬람권 여성 소비시장 공략포인트’ 보고서에서 이들의 소비성향과 진출전략을 소개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이슬람 여성의 소비 키워드는 ‘미(美)’ ‘육아·가정’ ‘건강·다이어트’ ‘럭셔리·웰빙’.

요즘 이슬람권에서는 히잡이 단순히 종교적 상징성을 벗어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재·디자인이 다양해지며 색상도 화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도 인기다. 눈 화장품과 모발 미용기구, 다이어트 약품, 체형 교정기도 잘 팔린다. 녹차도 몸에 좋다는 입소문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평균 결혼비용 3만 달러 중 약 30%를 외국산 제품으로 쓰고 있다. 특히 공해와 모래바람에 강한 고가 세탁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슬람 규율상 사치품이란 인식이 강해 팔리지 않았던 명품도 소득 증가와 인터넷 보급, 해외 여행자 입소문의 영향으로 인기다. 루이뷔통이나 구찌 등 핸드백이 암거래되고 ‘짝퉁(가짜)’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율법이 전반적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제품판매 때 문화적 충돌 요인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미국산 보톡스는 처음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돼지 추출물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식품에는 돼지기름·오징어 등 금기 성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이슬람 여성은 열대기후에도 긴팔을 입어 통기성이 좋고 속살이 안 비치는 재질의 옷을 팔아야 한다. 현지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히트하면서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쓰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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