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보톡스는 원래 경련 치료제…한국선 미용으로 주로 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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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안면 경련 치료제로 개발된 보톡스가 한국에서는 주름살 제거제로 주로 쓰이는 게 참 신기합니다.”

보톡스를 생산·판매하는 미국 엘러간의 마이클 볼(53·사진) 사장 말이다. 그는 보톡스가 판매되는 세계 100여 개 국가 중 가장 ‘특이한’ 한국 시장을 둘러보러 최근 방한했다. 현재 한국 에서는 60% 이상의 보톡스가 미용 용도로 쓰이고 있다. 실제 보톡스는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시와 안검경련(눈꺼풀이 떨리는 현상)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13년 뒤인 2002년에서야 주름개선제로 FDA의 허가를 추가로 따냈다. 주름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게 나중인데 한국에선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엘러간은 통조림의 썩은 음식에서 나온 독소를 이용해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다. 보툴리눔 톡신으로 불리는 이 맹독의 제품명이 보톡스다. 국내에서는 주름 개선제의 보통명사로 통한다. 엘러간은 보톡스로만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01년 112억원대에서 지난해 400억원대로 훌쩍 커졌다. 보톡스는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볼 사장은 “보톡스의 치료 용도가 덜 알려진 만큼 보톡스를 더 많이 팔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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