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동물 CF 인터뷰기사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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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옴부즈맨 칼럼에 대한 많은 독자들의 전화와 편지에 일일이 응대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되도록이면 친절히 응대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자세임을 밝히면서 새삼스럽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한 전화나 편지는 여태까지의 경과로 미루어 대충 세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것같다.하나는 중앙일보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는 내용의 것이고,또 하나는 옴부즈맨 칼럼 자체와 관련된 의견을 담은 것,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직접으론 기사나 글과는 관계없는 일반적인 문의사항이 그것이다.후자의 두가지 가운데 일반적인 문의사항은 그 해답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알려주려 애쓰고 있고,칼럼 자체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떤 내용의 것이든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의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나의 자세다.

솔직히 말해 나는 글을 쓴다는 것처럼 두려운 것도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더군다나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업(業)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여길 때도 있다.그러나 내가 마음속으로 늘 다짐하는 것은 비판의 글속에'독(毒)'을 품고 마이너스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 아니라'사랑(愛)'과 플러스의 이미지를 심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말과 글은 씨앗이 된다고,그것이 마이너스의 이미지와 파장(波長)을 일으키면 아무리 겉으로 좋은 말이나 글일지라도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많은 해악(害惡)을 끼치게 마련이다.그렇기 때문에 말과 글은 그것을 쓰는 사람의 마음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그 마음자리에 따라'소인(小人)'과'대인(大人)',그리고'우자(愚者)'와'현자(賢者)'가 구분된다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이들 가운데 진정한'대인'과'현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난세일수록 진정한 참사람은 숨고 사이비(似而非)가 날뛰어 왔다는 역사적인 경험은 그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매스컴은 진정한'대인'과'현자'를 가리고,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주 중앙일보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는 전화 가운데 내가 제대로 말도 이을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동물CF와 관련된 이경일감독 인터뷰 기사가 그것인데 이 기사는 읽어보면 읽어볼수록'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제기되는 하나의 표본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사나 지면 자체로 볼 때 중앙일보의'섹션 in 섹션''J스타일'은 그야말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믿는다.여기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까닭은 두가지 점에서다.하나는 섹션신문으로서의 중앙일보가 우리나라의

신문사(新聞史) 내지 신문편집의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고,또 하나는 이른바 대중문화현상을 폭넓게 다루는'J스타일'의 편집

방향과 관련된 것이다.

'J스타일'에 실린'카메라에 안 찍히는 동물들의 비명' 기사는 동물CF의 전모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것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는 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더군다나 이경일감독의 인터뷰 기사는 어떤 의미에서 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몸서리치게 하는 압권적(壓卷的)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동물CF를 찍기 위해 동물을 얼마나 죽였느냐는 물음으로 시작된 이 인터뷰는

이경일감독의 CF감독으로서의 완벽성 추구가 결과적으로

비자연(非自然).반동물(反動物).반인간(反人間)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렸다.뿐만 아니라 CF감독의 완벽성 추구를 완벽하게 기사화한

기자의 노력조차 결과적으로 반동물,곧 비인도(非人道)라는 비판을 받게 된

꼴이다.

이러한 기사는 어떤 가치판단으로 취재와 지면 구성을 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 것임은 물론이다.특히 대중문화현상이나 흥미 위주의 화제성 기사에

있어'사실'을 기사화하는 것과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되지 않을까 싶다.더군다나 날이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간다는 탄식의 소리가 드높아지고 있고,게다가 청소년의

흉포화마저 염려된다는 걱정스런 진단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데는 여러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매스컴으로서도

모름지기 반성하는바 있어야 하리라고 믿는다.아무리 흥미 위주의 기사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지라도 기사에서 피비린내가 나고 독기(毒氣)가 풍길

때는 그것을 중화(中和) 내지 정화(淨化)하려는 노력과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相剋수준 머문 6.25특집 사실 우리의 몰골은 엄청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른바'상극(相剋)'의 철학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상극'으로는 이겨도 그것이 결코 이기는 것이 아닌데도 그것을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다.'상극'에서'상생(相生)'과'상화(相和)'로 가야만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이것은 비단 자연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한(南北韓)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지난주 6.25관련

특집기사만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매스컴은'상극'의 논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이규행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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