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행 소유지분한도 확대해야 - 은행도 책임경영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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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융과 산업자본 관계의 핵심은 경제력 집중과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양자를 분리해야 하는가,양자간의 유기적 연관을 통해 상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하는가이다.

“기업이 요청하는 금액과 우리 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0'하나가 차이난다.”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모 재벌총수가 한 말이다.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는데 세계1백대 은행중 우리 은행은 하나도 없다.질적으로는 더욱 취약하다.시중은행의 부실여신과 주식평가손은 각각 자기자본의 12.4%와 13.4%로,이것만으로도 사실상 자기자본의 26%가 잠식된 셈이다.은행이 제구실을 하려면 우선 은행부터 건실해야 하고 다른 것은 그 다음 문제가 아니겠는가. 은행.산업 분리원칙의 종주국이라는 미국도 최근 이 원칙을 깨자는 논의가 한창이다.상원 은행위원장인 다마토와 정부 안은 양자의 결합을 허용하자는 쪽이고 하원 은행위원장인 리치 안은 분리를 고수하자는 쪽이다.그러나 최근 하원 은행위원회에서조차 양자의 결합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책임경영체제는 책임이 가장 큰 자, 즉 주주가 책임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경영이 잘못됐을 때 경영자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되지만 주주는 자신의 재산을 날려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주인(지배주주)이 없어도 책임경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은 이해의 부족이다.미국기업의 경우 주식의 광범한 분산으로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수의 지배주주가 존재할 따름이다.기업 내부에서는 지배주주를 대표하는 강력한 외부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과 경영진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하고,외부에서는 소액투자자를 대신한 기관투자가가 경영을 감시한다.

이래서 미국자본주의를 주주자본주의 또는 기관자본주의라 부른다.대기업 총수를 만나려면 기관투자가의 복도로 가라는 말이 있다.그곳에서 기업 총수들이 펀드매니저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 있는 경영이란 반드시 주인이 직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되 이에 대한 감시는 감시능력과 감시유인을 가진 주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정부안대로 은행지분 보유상한을 4%로 묶은채 지분율대로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기관투자가가 주인노릇을 할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기관투자가를 지배하는 정부나 재벌이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은행이 특정 산업자본의 계열은행이 돼서는 안된다.그러나 은행이 소수의 과점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 이들간의 상호 견제로 특정 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지배에 필요한 유효지분을 30% 내외로 보면 보유상한을 10%로 할 경우 3~4개의 지배주주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진입규제와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보아야 한다.은행의 면허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경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말이다.99년부터 1백% 외국인지분은행의 국내 진입이 허용된다.우리보다 소유제한이 약한 외국은행의 진입은 허용하면서 국내인의 지배는 금지하는 것은 역차별 이전에 금융업을 외국자본의 손에 넘겨준다는 문제도 있다.

겸업이 진전되면 이종 금융기관간의 합병도 불가피한바 은행과 비은행기관간 소유구조의 불균형은 합병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강병호 한양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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