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내 홈페이지…'가짜 블로그'가 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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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명문대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블로그를 하다 깜짝 놀랐다. 특정인이 자신 행세를 하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김씨는 블로그에 김씨의 사진과 신상정보, 그리고 교생실습을 나갔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올려놓았다. 가짜 김씨는 명문대생임을 내세워 특정 여성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 7일 고소하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법 적용이 힘들다"는 대답을 경찰에게서 듣고 고소장 내는 것을 포기했다. 김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홈페이지가 운영된다는 사실이 섬뜩하다"고 말했다.

블로그가 열풍처럼 번지면서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블로그는 지난해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 국내에 개설된 블로그는 2300만개로 추산된다. 10~20대의 경우 2~3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들이 개인정보 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도용 피해에는 속수무책이다.

대학생 조모(23.여)씨는 얼마 전 인터넷 디지털 사진사이트의 '내 여자친구' 코너에 본인 사진이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색녀를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판에 올라 있는 사진은 친구와 함께 호주에 여행가서 찍은 것이 분명했다.

친구가 인터넷 네이버 포토앨범에 올린 것을 누군가가 도용해 게시판에 올린 것이었다. 조씨는 자신의 사진에 붙은 30~40개의 덧글에 화가 났다. "속옷이 보인다""외국에 나간 여자는 질이 안 좋다" 등 온갖 악담이 붙어있었다.

조씨는 곧바로 해당 사이트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부분 PC방에서 이루어져 IP 추적이 큰 의미가 없다"는 답을 했다.

특정인의 사진을 음란 사진과 합성해 다른 사이트에 올리는 사례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 전문사이트인 싸이월드에는 연예인을 사칭해 블로그를 운영한 사례가 신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악성 블로그가 나타나는 것은 클릭 한번으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내려받을 수 있는 등 사진을 도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에 있는 퍼가기나 열람을 자신이 아는 사람들로 한정하는 기능을 이용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정보통신부 박태희 서기관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순간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란=웹(Web)의 b와 로그(log.일지)의 합성어로 '인터넷 일기장'을 뜻한다. 자신의 생활이나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최근 디지털카메라.휴대폰카메라 보급이 확산하면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민동기.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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