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내정 철회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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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中)이 30일 밤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금은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SBS-TV의 특별 프로그램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이며, (내정 철회 문제는) 조사를 한 뒤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법을 위반한 사람에게 잘못하다간 우리만 당한다’고 여기면 누가 하겠느냐”며 “한 국가가 질서를 잡으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이번 일도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경찰을 편드는 것은 아니며, 원칙과 핵심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만들며 ‘좋은 기회가 왔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위기 때 길거리에 나갈 게 아니고 토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한 후에 김 후보자에 대한 내정 철회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미디어 관련 법안과 관련해 “일부 야당이 악법이라고 몰아치며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화된 이 시기에 어느 정권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겠느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만약 IPTV 관련법이 5년 전에 통과됐다면 우리가 세계의 표준이 됐을 것”이라며 “반대를 한다면 토론을 해야지, 무조건 길거리로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일부 방송사의 파업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 곧바로 2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며,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무궁무진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늦으면 늦을수록 세계화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국이 막연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북한이 오래지 않아 협상하게 될 것이며 조만간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 "특사를 보내는 것 보다는… 특사도 시기를 봐야 된다”고 말해 당장 대북 특사를 파견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바깥에 알려진 만큼 서먹서먹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도 정치를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위기 때 협력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며, 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집 값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사실 한국은 집 값이 비싸다. 정부가 값 싼 주택을 분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용산 참사에는 사과 한마디 없고 폭력은 엄단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김석기 청장의 내정 철회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또 “도대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승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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