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거리에 ‘붕어빵 미인’ 넘친다? 펼쳐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왓츠 넥스트 (What’s Next)
제인 버킹검 티파니 워드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 웅진윙스, 504쪽, 1만8000원

 세상은 변한다. 변화는 흐름이다. 세상에는 그 흐름을 타는 사람과 거기에 휩쓸리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흐름에 뒤지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트렌드 예측과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인텔리전스 그룹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지은이는 각 분야에서 개성 있는 시각과 의견을 가진 50명을 인터뷰했다. 미국에 살며 자기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온 그들에게 물어본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었다. 대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질문했다.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한 미래예측보다, 미래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각자의 의견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이 일반적인 예측서를 넘어 오늘날 미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회과학 서적의 가치가 있는 이유다.

우선, 정치 분야를 살펴보자. 미국 정계에서 ‘선거운동을 재창조한 인물’로 유명한 조 트리피는 “미 정치문화에서 텔레비전은 곧 퇴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부자들이 참석하는 호화파티에서 최다 후원금을 모아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많이 쏟아 부은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과거 텔레비전이 차지했던 영역을 지금은 인터넷·소셜 네트워크·뉴미디어가 잠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텔레비전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전했을 뿐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지는 못했는데, 이것이 가능한 쌍방향 뉴미디어가 등장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후보들의 삶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24시간 중계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지적에도 눈길이 간다.

카리스마를 강조했던 고전적 리더십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서 17년간 경영인과 리더들을 조사해온 마커스 버밍엄(지은이의 남편이다)은 젊은 Y세대 직원을 이해하고, 사생활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우면서 윤리의식이 강한 새로운 종류의 리더십이 가까운 장래에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좀더 생활에 가까운 분야를 살펴보자. 술 전문가 스티븐 키트리지 커닝엄은 가까운 미래에 음주행태와 술을 연구하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의 헤드 바텐더보다 더 높은, 바 셰프나 헤드 믹솔로지스트라는 이름의 고위직 술 전문가 자리가 새롭게 생길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은 더욱 새롭고 이국적인 맛과 향을 가진 유기농, 친환경 알코올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디저트 음료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유아교육학교의 원장인 낸시 슐먼은 일에 지친 부모 대신에 조기에 아이들에게 행동교육을 해줄 유아학교의 부상을 예상했다. 외국어, 악기, 운동을 배우느라 정작 스스로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는 기본 생활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부모 대신 가르치는 곳이다.

가슴과 미용성형수술 분야 전문가인 로버트 레이 박사는 “앞으로 성형 수술은 칼을 거의 대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지금도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주름을 줄이기 위해 과거는 피부를 크게 절제해 당겨줘야 했지만 지금은 미세 절개만으로도 가능하며, 보톡스를 이용하면 작은 주사 바늘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의 발달로 성형수술이 더욱 일반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러면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긴 붕어빵 미인만 우글거리지 않을까.

종교 분야에선 이슬람교만 다뤘다. 남가주대 공공외교센터 연구원인 이슬람 전문가 레자 이슬란은 “10년 안에 이슬람식 가치관이 민주주의와 절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 이슬람교도가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토피아도 여럿 등장한다. 뉴욕대 식품영양보건학 교수인 매리언 네슬레는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유기농’이라는 꼬리표를 단 식품조차 믿을 수 없는 우울한 미래를 예측했다. 유기농이라는 표시를 달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업계가 로비를 하고 있어서다.

검열반대국민연대의 조엔 버틴은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봉착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9·11 직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사건 주동자들을 ‘비겁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그 표현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제기했던 방송인이 백악관 대변인으로부터 질책을 당한 일이 이미 몇 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하지만, 지은이는 근본적인 의문들을 남긴다. 미래가 꼭 과거처럼 진행될까. 미답의 미래를 말하는 게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일까. 지은이는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음악전문 채널인 MTV,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 소니, 로레알을 비롯한 미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왔다고 한다. 그의 정보는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