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악 상황 상정해 위기 대책 새로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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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침체의 양상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산업국의 올해 평균 성장률을 -3.9%로 전망했다. 다음 달 발표될 한국에 대한 개별 전망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목표로 삼은 +3% 성장률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국내외 예측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를 통틀어 가장 낮은 성장률(-3%)마저 밑도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올해 세계경제의 침체가 훨씬 심각하고 회복시기는 더 늦어질 것이란 예측에 근거한 것이다. IMF는 지난해 11월 2.2%로 잡았던 세계 경제성장률을 불과 두 달만에 0.5%로 낮췄고, 2.1%로 보았던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2.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들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낮췄다. 전 세계가 동반 침체에 빠지고 교역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당연히 그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IMF의 11월 전망을 근거로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짰다. 3% 성장률과 일자리 10만 개 창출은 IMF의 전망을 전제로 최선을 다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경제운용계획의 근거로 삼았던 IMF 전망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악의 경기침체가 눈앞에 드러났다. 정부는 다분히 희망적인 가정을 전제로 짠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지금은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접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그동안의 대책과 각오만으론 3%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경기침체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기업 부도와 실업이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당장 경기부양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원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부실의 확대와 외환시장의 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추가경정 예산을 통한 추가재원 확보 방안을 미리미리 강구해 둬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경제 살리기 입법에도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불조심’ 강조기간은 지났다. ‘불이야!’라고 소리 지를 때도 지났다. 불은 이미 붙었고 이제는 그 불을 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