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개원 기다리는 벤처기업 육성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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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경식(姜慶植)경제팀이 지난 3월초 출범한 이후 줄곧 표방해온 산업정책의 핵심이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조정이다.

벤처기업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식 구조조정을 모델로 삼아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방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모색해보자는 구상이었다.

姜부총리와 임창열(林昌烈)통상산업부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20일 경제장관 합동기자회견과 3월31일 청와대 보고에서'벤처기업 구상'을 내놓았다.

그후 경제팀은 세부대책을 잇따라 쏟아놓아 보통사람에게도'벤처기업'이란 용어가 생소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벤처기업 구상'이 공식화된지 3개월가까이 지난 지금은 갖가지 벤처기업 지원책을 총망라한 특별조치법이 정부내 처리과정을 마무리지은채 임시국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당초 이 법의 이름은'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이었으나 창업기업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의 기술 고도화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포괄적인 의미인'신기술.기술집약형 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바뀌었다.

또 이 법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담보제.신기술복덕방.기술보증제등 새로운 제도와 벤처기업 전용단지 조성,벤처기업을 위한 새주식시장 개설방안등도 시행에 들어갔거나 확정 단계에 있다.

거창한 경제정책들이 발표후 후속처리 과정에서 흐지부지되거나 퇴색되곤 했던 과거 경험과 비교해보면 이번 대책은 일단 추진력면에서 합격점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별조치법의 경우 많은 다른 법에 있는 규제를 배제하는 특례조항을 곳곳에 두고 있어 관련부처간 협의가 쉽지는 않았다.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완화나 금융.세제지원 문제를 놓고 밀어붙이려는 통산부와 반대하는 재경원 금융.세제실간의 줄다리기가 치열했다.그러나 姜부총리와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이 오히려 통산부 손을 들어주곤해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이 법처럼 금융관련법 적용예외조항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유례가 없다”는 재경원 관계자의 한숨소리도 들린다.

이에따라 특조법은▶창업투자조합 출자분에 대한 소득공제▶기금.보험의 벤처기업 투자허용▶벤처기업 주식 액면가 1백원 이상으로 하향조정▶외국인의 벤처기업 출자.투자 전면 허용▶벤처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지방세 감면등 다양한 금융.세제 지원내용을 담게 됐다.

또 대기업의 벤처기업 출자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완화나 대형 정부투자기관의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 의무화도 반영됐다.

이밖에 벤처기업에 대해▶국공유지 지원▶건축법.도시계획법등의 입지 제한 완화▶개발부담금,농지.산지전용부담금,교통유발부담금등 각종 부담금의 면제등 관련부처들이 난색을 표시해온 지원책도 확정됐다.그러나 벤처기업 입지를 수도권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안은 건교부의 강력한 반대로 빠졌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비실명자금에 대한 출처조사 면제는 금융실명제 보완입법안에 반영됐다.반면 지역신용보증조합에 대한 세제지원을 위한'지역신용보증조합법'제정 문제는 재경원과 통산부간의 의견조정이 끝나지 않아 답보상태다.

신기술을 사전평가한후 보증을 서주는 기술우대특례보증의 경우 기술신보가 지난 12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기술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기술담보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범실시되고 있다.또 대학.연구소가 개발한 신기술을 기업에 중개해주는 기술복덕방도 지난 12일 서울 구로동에 문을 열었으며 벤처기업 전용단지는 내년중 구로공단에 착공될 예정. 이런 정도면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상당부분 마련된 셈이다.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런 제도를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운영하느냐는 것.무형자산인 기술보다 담보에 얽매이는 금융관행이 계속 된다든지,지원대상기업의 옥석이 잘 가려지지 않는다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정책당국의 각별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이재훈 기자

<사진설명>

정부가 벤처기업에 우리 경제의 명운을 걸고 관련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아직은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강경식경제팀이 지난 3월20일 경제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벤처기업 육성방안등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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