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상품 인기 - 번지점프, 전쟁놀이, 해병체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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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갑 갑하고 짜증나는 세상,탈출구는 없는가. 있다.짜릿하고,때론 위험하기까지 한 모험상품이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인기다.청평호의 한국스포랜드 번지점프장.이곳에선 돈을 받고 모험을 판다.아시아 최고 높이인 13층 건물과 맞먹는 40 높이의 번지타워에서 마구 사람들이 뛰어내린다.타워 꼭대기에서 바닥의 물웅덩이(수심 5)까지의 아찔한 추락을 위해 치르는 값이 1인당 3만원.불과 몇초의 모험 치고는 값이 만만치 않지만 장사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평일에도 20~30명,주말엔 1백50명 이상의 추락객이 몰려 가슴을 졸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모험은 여행에서도 필수.무역회사인 탑앤드는 PC통신에'베일에 쌓인 러시아군대체험'이란 상품을 올리고 2년째 참가자를 모집중이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군부대에 입소해 직접 AK-47소총과 신형탱크인 T-80U 사격및 수류탄 투척등을 하는 4박5일의 이 진짜'전쟁놀이'참가경비는 1인당 1백50만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국내에서도 군이 인기품목으로 등장했다.해병대는 올해부터 일반인 대상 4박5일의 극기훈련을 실시한다.이달말부터 8월19일까지 포항.강화도.백령도등의 해병대부대에서 모두 아홉차례에 걸친 극기훈련으로'귀신잡는 해병'의 실체를 체험시킬 이 프로그램에도 20~30대 남성의 참가문의(1인당 1만4천3백60원)가 빗발친다.2년전 상업이벤트단체의 하루입소 요청에 소극적으로 협조하는데 그치던 군이 직접 일반인 군대캠프를 주최하겠다고 나설만큼 상황이 변한 것이다.이처럼 휴가철에 고생을 자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들은 왜 레저나 여행에서도 모험을 찾는가.“뭔가 해낸 것 같아요.” 15일 스포랜드에서 번지점프를 한 한윤정(22.회사원.여)씨는 자신의 성공을 기뻐했다.번지점프 직후 회사에서 주는'점프인정서'는 점프자들에게 상장과 같다.작은 도전과 성공에 대한 공인. 탑앤드무역 김성진 과장은'비일상성'이야말로 최고의 여행레저상품이라고 말했다.최근 독일에서는 지상 60에서 줄없이 사람을 떨어뜨리는'스커드 점프'를 선보였다.번지점프도 모자라 이제 스커드점프시대.서바이벌게임의 모의총기를 넘어 외국에서 직접 탱크를 몰고 수류탄을 던져야 직성이 풀리게 됐다. 임용진 기자

<사진설명>

번지점프는 순간의 불행,또는 행복을 위한 의식이다.불과 몇 초간의 짜릿함을 위한 각종 절차가 공포와 기대를 효과적으로 증대시킨다. 청평호=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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