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나이지리아서 의료활동 펼친 김민철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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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나이지리아 전통의상을 입은 김민철(右)씨와 최금희씨 부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의사의 본분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죠. 아프리카에서의 의료 봉사 경험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10일 전주예수병원장으로 취임하는 내과의사 김민철(50)씨. 김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최금희.48)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의 오지인 나이지리아 엑베마을에서 진료활동을 펼쳤다.

*** 3년간 주민 3만명 진료

김씨 부부가 2001년 6월부터 3년 동안 의료 봉사 활동을 해온 엑베마을은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350km나 떨어져 있는 오지로 전기.수도마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다. 모기에 물리면 말라리아나 황열에 걸리기 일쑤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김씨 부부는 3만여 주민을 진료하는 한편 각급 학교나 마을을 돌면서 에이즈 예방 교육을 했다. 김씨 부부는 진료 틈틈이 어린이에게 영어.수학 등을 가르치는 문맹퇴치 캠프를 매주 화.목요일 열기도 했다.

"주민들이 병원 찾기를 꺼려요. 수술로 떼낸 혹이 10㎏이나 돼 무거워 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병을 키운 뒤에야 찾아오곤 합니다. 숲속 오두막 등으로 환자를 진료하러 갔다가 강도를 만나기도 했고, 타이어가 터져 전복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어요."

김씨는 1994년 내전과 콜레라가 겹쳐 수만명이 죽어가던 르완다에 들어가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다. 당시 10여명의 의료팀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주변 능선에 캠프를 치고 3개월간 밤낮없이 주민을 진료했다.

*** 세계 오지 찾아 봉사 손길

김씨는 95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고려인 3세들을 치료했으며, 99년에는 우간다로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어느 잡지에서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 머리 위를 독수리가 맴도는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행을 결심했죠. 저의 뜻을 이해해 준 아내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김씨 부부는 더 오래 아프리카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병원의 발전을 위해 경영을 맡아 달라"는 전주예수병원 직원의 거듭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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