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고 소통할 때, 아이들이 자란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8호 06면

예술계가 ‘나눔’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기업의 기부 행위도 단순한 의식주 후원에서 문화 나눔으로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술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추운 겨울 덥히는 기업의 문화 나눔 현장보고서

1 홍지호 작 ‘소리지르는 옷’

다양한 문화, 무대에서 하나가 되다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로 예술작품을 만들면서 문화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뮤지컬 ‘고마워요 아빠’, 무용극 ‘마주보기’, 전시회 ‘소리가 있는 아이들의 섬’은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서울 종로 아트센터나비가 주관하는 ‘프로젝트 아이[I]’의 일환이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이번에 ‘다문화’를 키워드로 서울 광장동 재한몽골학교, 안산다문화센터, 강원도 정선 예미초등학교 고성분교의 아이들과 연극·무용·음악계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1월 22일 서울 국민대 예술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이번 공연은 전문 예술가들과의 협동 작업으로 고양된 아이들의 재능이 한껏 펼쳐진 자리였다. 1부 무대에 오른 한국어 뮤지컬 ‘고마워요, 아빠’는 재한몽골학교 아이들 18명이 몽골의 전래 동화를 바탕으로 국민대 예술대학원 이혜경 교수팀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초원에서 양을 치던 한 소녀가 환상적 모험을 겪고 용감한 칭기즈칸의 후예로 다시 태어난다는 깜찍한 이야기다. 2부에서는 안산다문화센터(코시안의 집)의 어린이들 15명이 댄스시어터까두와 함께 준비한 무용극 ‘마주보기’를 선보였다.

예민하게 공존하던 다양한 문화가 만나 하나가 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방법은 결국 예술이었다. 아이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힘들었던 소통의 가능성을 창의적 활동 속에서 찾았다. 아트센터나비의 최두은 큐레이터는 “문화적으로 소외돼 있던 아이들이 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모든 나눔 행위의 참가자들이 그렇듯 “우리는 수혜자와 기부자로 만난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기술력을 교류하고 한 시대의 문화를 함께 고민하며 미래의 비전을 성취해 낸 동료들”이라고 뿌듯해했다.

2 안병은 작 ‘행복한 8쌍둥이 종’ 3 전예원 작 ‘손잡이 꽃하프’

산골 아이들 ‘세계에 하나뿐인 악기’ 만들다
강원도 정선 고성분교 7명의 아이들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23일까지 특별한 수업을 받았다. 노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진 가수 예민씨와 함께 난생처음 보는 세계의 민속 악기 50여 점을 다뤄 보고 나서 직접 나만의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회를 열었다. ‘프로젝트 아이[I]’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의 결과물은 2월 27일까지 아트센터나비의 ‘소리가 있는 아이들의 섬’에서 전시되고 있다.

예민씨는 사람과 음악이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고민 속에서 2001년부터 시골 분교를 찾아 다니며 음악회를 열어 왔다. 처음에는 노래를 불러 주면 아이들이 마냥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고 떠들면서 노래 도중 삶은 고구마를 먹자고 내미는 아이들을 보며 도시에서 가져간 문화상품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이름을 익히고 음식을 먹고 아이들 노래도 들어 보고 자신이 모은 민속 악기들을 연주하게 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얼마나 새롭고 소중한지 깨달았다. 이렇게 지금까지 180여 회의 ‘분교 음악회’를 통해 만났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그때 추억을 간직하고 연락해 오는 것이 그의 큰 기쁨이다.

이번처럼 아이들이 직접 악기를 제작한 것은 처음인데,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다. 전시장에는 귓속 달팽이관을 형상화한 부스 7개가 설치되어 그 안에 하나씩 아이들의 작품이 담겼는데, 울림통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부스 안에 들어가면 너무도 예쁜,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악기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희망찬 꿈도 들리는 듯하다.

사진 신인섭
촬영협조 아트센터나비(www.nabi.or.kr, 02-2121-0931)


그 밖의 문화예술 나눔 행사들

최근 경제 한파로 예술계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나눔 사업’으로 공연계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는 문화예술기관도 있다. 우선 올 초 서울연극센터가 대학로 연극판 활성화를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대학로 희망연극 프로젝트(www.daehangno.or.kr, 02-743-9333)’가 눈에 띈다.

그 가운데 ‘100가족, 100가지 대학로 이야기’는 소외 계층 100가족을 선발하여 연극 관람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또 ‘연극 릴레이’는 기업에 연극 릴레이 수첩을 배포하여 직원들이 2월까지 가장 많이 공연 관람을 한 기업에 연극사랑기업상을 수여하는 행사다.

복권기금에서 운영하는 문화나눔추진단(www.lotteryarts.or.kr, 02-760-4763)의 행사들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시작된 사랑티켓 ‘객석 나눔 이벤트’는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이웃에 공연표를 기부할 수 있다. ‘신나는 예술 여행’은 문화 소외 지역에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예술교육지원센터(www.cida.or.kr, 02-514-0866)에서는 2월 말까지 저소득층 청소년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 해피뮤지컬스쿨 3기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리고 KT&G(www.sangsangmadang.com, 02-3141-7030)가 후원하는 결식 계층 돕기 ‘주먹밥 콘서트’가 2월 4일, 18일 오후 7시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