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박대성씨 서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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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박대성(31·사진)씨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글에 대해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서 쓴 글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참고하라고 올린 것인데, 세상이 시끄러워져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중앙일보는 박씨의 구속 직후 서면 인터뷰를 추진했다.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를 통해 박씨에게 질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답변은 22일 돌아왔다. 박씨가 구술한 내용을 박 변호사 측이 받아적어 건네온 것이다. 검찰은 이날 박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박씨 외의 ‘미네르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면으로 주고받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당신의 글이 왜 사회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호응을 얻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인터넷 토론방이라는 폐쇄 공간 안에 자기 의견을 게재하고, 참고에 불과한 글들만 올렸다.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런 결과가 온 것에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걸 지켜보며 심정이 어땠나. 실제로 금융 전문가들이 미네르바로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두렵지는 않았나.

“다음 아고라 토론방 내에서, 온라인상에서 참고를 하라고 글을 쓴 것뿐이다. 구속 후에 세상이 시끄러워져 당황스럽다.”

-미네르바로 글을 쓰면서, 미네르바의 필명으로 올라온 다른 글을 본 적이 있나. 세간에서는 미네르바가 여러 명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고, 깨우치고, 정보를 취합해 정리한 것이다. 주관적 평가를 글로 표현했다. 글을 올려놓고 거의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닉네임을 미네르바로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월간지 신동아에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가 누군지 혹시 짐작이 가나.

“K씨를 내세워 만든 터무니없는 스토리다. 잡지사 자신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신동아 12월호에 게재된 글은 당신의 글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비슷한 것이 부분적으로 있다. 나의 글을 카피했다고 본다.”

-당신이 1000만원 대출받아 주택경매 펀드에 투자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어떤 계기로 투자하게 됐나.

“기업은행에서 학자금으로 대출받아 생활금으로 쓰고 말았다. 펀드에는 투자한 적이 없다.”

-수사 검사나 영장 발부한 판사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나.

“서운한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판 과정에서 나의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글이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쓰기엔 어려운 글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 쓴 글일 뿐이다. 높이 평가해줘 오히려 당황스럽다.”

-검찰에서는 미네르바 글이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면이 있다. 내가 얻은 정보(사설·기고문·통계자료)를 인용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난한 자를 위해 글을 썼다”는 당신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당신을 로빈후드라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당신은 영웅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나치게 높이 평가한 것 같아 당황스럽다. 나는 평소에 ‘나라가 있고, 나와 내 가정이 있다’가 아니고 ‘나와 내 가정이 있고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런 심경에서 글을 썼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뒤 다른 네티즌과 인터넷 쪽지 등으로 의견 교환을 한 적이 있나.

“일절 없다. e-메일은 열어 보지 않았고 편지도 받은 적이 없다.”

-글에서 극사실주의자라고 자주 밝혔는데 무슨 뜻인가. 왜 자신을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했나. ‘노란 토끼’는 어떻게 만든 조어인가.

“사실에 바탕을 두고 현실적으로 본다는 입장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 ‘고구마 파는 늙은이’는 친근감의 표시로 썼다. ‘노란 토끼’는 일본 자본을 말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좋아한다고 글에서 봤다. 어떤 말을 좋아하나.

“‘애국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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