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황 불구 흑인 소득은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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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몇년동안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력수준이 낮은 블루칼라 흑인남성들의 소득수준은 오히려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노동통계국(BOLS)에 따르면 96년달러가치로 환산한 미국 흑인남성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임금은 90년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95년을 고비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표 참조〉 이에따라 90년 백인 남성 근로자들의78%수준이었던 흑인 남성 근로자들의 주당 소득수준은 최근 76.5%로 떨어졌다.

특히 흑인 남성중에서도 대학졸업자와 대학미만 학력 소지자들의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90년 백인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흑인 대졸 근로자와 대졸미만 학력 근로자간의 주당 소득격차는 최근 90년 당시의 4배로 확대됐다.

저학력 흑인 남성들의 경우 소득수준의 하락과 함께 실업률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지난달말 대졸미만 학력을 지닌 흑인 남성들의 실업률은 9.5%로 백인남성의 실업률(대졸 2.1%,대졸미만 4.0%)을 크게 웃돌았다.이처럼 흑인남성 그중에서도 학력수준이 낮은 블루칼라들의 소득수준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선 기업환경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기활황에 따라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지만 채용대상이 주로 대졸이상의 고급인력이며 학력수준이 낮은 흑인남성들의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업들이 고급인력 채용확대와 함께 경쟁력강화를 위한 리스트럭처링 작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근로직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대졸미만 흑인남성들은 우선적인 해고 대상이 되고 있다.

평소 흑인우대 고용정책을 지키고 있는 미시간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트루마크사조차 지난 3년동안 리스트럭처링 추진과정에서 전체 종업원의 35%를 줄이면서 그 대상을 주로 흑인 근로자로 삼았다.

또 한가지 원인은 정보화 진행에 따라 컴퓨터 사용기술등 이른바'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학력수준이 낮은 흑인남자들은 이 점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교수인 해리 홀저 박사팀이 흑인들의 실업과 소프트 스킬의 연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프트 스킬이 필요치 않은 직업들의 경우 흑인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백인들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작업수행을 위한 소프트 스킬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흑인 남성들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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