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접대비>1. 접대와 향응 - 누가 얼마나 받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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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치판의 떡값 시비로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패고리의 하나가 기업의 접대비.기밀비다.재료비나 영업비.경상운영비도 아니면서 사업을 하기 위해 없어선 안되는 필수 지출항목.기업의 접대문화는 풍토병처럼 도져'접대공화국'이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특히 인허가권을 쥔 공무원들에 대한 접대는 무난한 기업운영을 위한'기름칠'이란 이름으로 만연해 있다.관행화된 접대성 경비는 기업경쟁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향락산업을 비정상적으로 번창케 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21세기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전근대적 접대문화의 청산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감사원이 기업 접대비.기밀비를 둘러싼 비리의 근원적 척결을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그 실태와 대책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파출소나 동사무소.교통경찰관에게는 간단한 인사비용으로 한달에 30만원 정도면 됩니다.그러나 경찰서는 도로사용 관계,각종 민원 무마등을 위해 담당계장선까지는 상례로 인사해야 하죠.보통 한번에 1백만원 정도 줍니다.” 감사원이 접대비 실태조사를 위해 만난 A건설회사 사장 H씨가 털어놓는 접대의 실상은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다.관행이려니 여기고 사회가 모두 외면할 뿐이다.

“그뿐인가요.경찰서에 회식이나 행사가 있으면 비용을 보조해줘야 합니다.공사를 시작하면 민원이 많아요.걸리는게 많다보니 공무원들과 두루 친해야 합니다.건축과나 단속계와 정기적으로 식사나 향응을 제공하면서 친숙한 관계를 만들죠.보통 저녁을 먹고 나면 2차는 룸살롱으로 가는게 관행입니다.” 매출액 3백50억원 규모인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공식 접대성 경비는 7억2천만원.그러나 비공식 접대비는 곱절인 14억6천만원.공식.비공식을 합하면 모두 21억8천만원으로 연간 연구개발비 20억7천만원을 넘는다.

A사는 91년부터 93년까지 60평형 이상 아파트 2백가구를 건축했다.당시 행정절차를 거치며 들어간 접대성 경비는 총공사비의 3%를 넘는다. 〈표 참조〉 건축은 먼저 부지 매입부터 시작한다.소유권 이전에 따른 지방세 절감을 위해 지방세담당 공무원에게 1천만원을 줬다.분양가와 직결되는 공시지가를 조작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5백만원.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선 경관심의를 거쳐야 한다.무사통과비조로 도시미관심의위원에게 5백만원. 가장 큰 돈은 건축허가권 들어간 접대성 경비는 총공사비의 3%를 넘는다. 〈표 참조〉 건축은 먼저 부지 매입부터 시작한다.소유권 이전에 따른 지방세 절감을 위해 지방세담당 공무원에게 1천만원을 줬다.분양가와 직결되는 공시지가를 조작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5백만원.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선 경관심의를 거쳐야 한다.무사통과비조로 도시미관심의위원에게 5백만원. 가장 큰 돈은 건축허가권을 틀어쥔 구청에 들어간다.건축과(2천만원)등 8개 관련부서에 모두 5천5백만원을 썼다.

시공단계에 들어가면 도로사용 관계나 민원 해결등을 위해 관할 파출소를 찾아야 한다.매월 30만원.경찰서에도 별도로 5백만원 정도의 인사를 해야 한다.

공사중에도 접대비는 시멘트 바르듯 들어간다.구청 건축과나 단속계,소방서 공무원들에겐 정기적으로 향응을 베풀어야 한다.술자리 한번에 보통 3백만원선이며 향응뒤 1인당 50만원의 현금봉투를 별도로 마련해 주머니에 찔러넣어준 적도 있다. 세무서도 빠질 수 없다.법인담당이나 부가세담당 공무원에게는 정기적으로 인사해야 한다.매월 50만원의 접대비가 들어가고 경조사등 특별 사안에는 별도의 경비가 나간다.

감사원이 집계한 기업들의 공식 접대비는 95년 2조5천여억원으로 94년보다 26.4%나 늘어났다.매년 급속한 증가추세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1개 기업체 사장과 경리담당자,세무서.구청등 관련기관 공무원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음성 접대비가 공식 접대비의 2~10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접대비의 최대 수혜자는 각종 인허가권등 규제의 고삐를 잡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매출액 4백억원 규모인 B운수업체의 경우 버스요금.노선.차고지등과 직결되는 서울시 운수과및 건설교통부,그리고 차고지를 관할하는 구청과 경찰서를 상대로 끊임없는'대접'을 해왔다.

이 회사 경리관계자는“4대 명절(추석.설.운수의날.여름휴가철)과 관련기관의 인사이동이 있을 경우 매번 1인당 20만~30만원씩 성의를 표시했다”며“부서별로 2백만원 내외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정기 접대 대상엔 언론도 포함된다.매출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D종합상사의 경우 홍보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나가는 광고.선전비 외에 담당기자와 언론사 임직원들을 위한 접대성 경비로 월 3천만원 가량이 책정돼 있다.

촌지는 대개 명절이나 특별홍보가 필요한 경우(회사의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기사를 잘써달라'는 명목으로 건네진다.경조사비도 수월찮게 들어간다.

보다 고질적인 접대비는 발주업체와 납품업체간에 이뤄지는 기업간 접대행위다.매출액 1천2백억원 규모의 C기계금속제조업체는 H공기업에 기계부품을 납품한다.신제품을 만들어 납품하기까지 1년반 동안 2천만~3천만원의 접대성 경비를 들였다. 접대는 신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제안서 제출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평소 알고 지내던 원자재부장을 통해 H공기업 사장과 신제품설명회를 겸한 술자리를 마련했다.3백만원. 다음엔 이를 검토하는 담당 부서장을 만나 1회 20만~30만원이 들어가는 접대를 몇차례 해야했다. 오병상.채병건 기자

◇접대비.기밀비란=접대비,정확히 말해 접대성 경비란 기업이 업무와 관련해 지출한 돈으로 회계상 경비에 해당한다.흔히 접대비는 업무추진비.판공비.교제비.품위유지비.기밀비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접대비는 일정한도(매출액 1백억원 중소기업의 경우 약 1억5천만원) 안에서 규정대로 사용됐을 경우 전액 손비로 처리돼 세금을 면제받는다.그중에서도 기밀비는 영수증등 증빙서류 없이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접대비를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장부상에 나타나는 접대비보다 음성적 접대비다.포괄적 의미의 음성적 접대비에는 뇌물과 정치자금등도 포함된다.따라서 음성적 접대비는 장부상 접대비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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