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조조정보고서 一波萬波 - 기존업체, 삼성에 진의 밝힐것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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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언급한 삼성자동차의 내부 보고서가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이 보고서로 인해 경영손실을 보았다며 삼성을 고발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자동차공업협회도 기아측의 요청으로 7일 회장단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하는등 자동차업계에 파장이 번지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자동차는 회사의 공식입장도 아닌 내부자료를 놓고 업계가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이나 파문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쟁점사항을 알아본다.

◇보고서 내용=문제의 자료에는'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필요성과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아래 삼성자동차의 작성부서인'산업분석실 산업조사팀'이 명기돼 있다.이 문건은 14쪽 분량에 구조개편에 대한 각종 내용을 분석했다.내용중에는▶자동차설비의 공급과잉▶취약업체의 경영위기 직면▶현대.대우를 제외하고는 성장역량 한계▶자동차산업 생존위해 구조개편 불가피▶구조조정의 정책적 지원내용▶대기업 흡수.합병(M&A)에 장애가 되는 주요 규제 요약등이 기술돼 있다.이 문건은 지난달 21일 한 경제지에 보도됐으며 그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었다.

◇삼성 내부용인가,공식의견인가=삼성은 문제의 보고서가 과장급 연구원의 습작(習作)에 불과하며 바로 위 상사에까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보고서가 처음 보도되었을때 임원회의까지 열어 진상파악에 나섰다는 것이다.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이 다른 자동차회사 선배에게 팩스로 보낼때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원은 최근 삼성으로 옮겨온지 두달 남짓밖에 안되는데다 보고서 내용도 삼성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게 많다는게 삼성측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자동차회사 관계자들은“이같은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내용은 업계에 오래전부터 나돌았는데 삼성이 고의로 흘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또 최근 입사한 연구원의 분석자료치고는 너무 섬세하다는 것이 업계측 주장이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관리능력이 뛰어난 삼성이 이런 중요한 자료를 부주의하게 외부에 유출시켰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따라서 보고서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다른 자동차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흘렸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에도 보고했나=김균섭(金均燮)통상산업부 기초공업국장은 6일“금시초문이다.이런 자료가 들어온 적이 없다.설령 이런 자료가 들어왔다 하더라도 정부가 어떻게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간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산부는 김선홍(金善弘)기아그룹 회장이 최근“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한후 자료 유무에 대한 자체 확인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삼성이'OO사와 XX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경쟁업체들은 삼성이 만든 문건이 공식보고 채널을 통해 정부측에 제출되지 않았다면 공무원과 업계 인사들간의 개인적 접촉과정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과천에 삼성의 보고서가 돌고있다는 얘기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사실처럼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어떻게 보나=업계는“삼성이 업계 구조개편을 통해 다른 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때문에 구조조정에 집착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선발업체들은 이때문에 바짝 긴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의 인수설로 한때 어려움을 겪은 기아자동차가 이번 건에 대해 초강경 대응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는게 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는 경쟁자로 등장할 삼성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있는 다른 업체들의 이해가 일치되고 있어 파문은 삼성 대(對)기존 자동차업계 전체간의 대립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업계의 대응은=자동차업계는 이번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한다는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가장 큰 피해를 보고있다고 주장하는 기아측은 이와 별도로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는등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의 대응은=삼성은 업계의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삼성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알수 없다는 입장이다.또 업계가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는데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삼성은 기업의 M&A에 관심이 없으며 그럴만한 여력과 필요도 없다고 누차 밝혀왔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현재 최고 경영진의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을 밝히는 방안도 한때 고려했으나 일단 대응치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박의준.박영수.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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