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동서양 문화 - '귀신먹는 까치호랑이'등 3권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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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술은 한 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열쇠다.'그림읽기'를 통해 역사와 사회상을 설명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귀신먹는 까치호랑이'(들녘刊),'시대의 우울'(창작과비평사刊),'내 마음속의 그림'(학고재刊)이 그것. 미술평론가 김영재씨가 쓴'귀신먹는…'는 민화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 책이다.

그동안 중국 한자문화권을 그대로 본딴 것이라 여겨졌던 민화의 상징체계를 우리 문화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알타이어족 문화로 다시 읽어냈다.

그는 가장 널리 애용됐던 까치와 호랑이 그림인 희보작호도(喜報鵲虎圖)를 대표적 예로 들고 있다.조류 숭배,즉 태양 숭배를 상징하는 까치와 하느님 나라를 지킨다는 호랑이를 한번에 그려'하늘의 기쁜 소식'이라는 희보(喜報)사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이는 민화가 중국문화가 아닌,태양을 숭배하는 알타이 문화권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송축책가도(頌祝冊架圖)란 책거리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물의 방향이 여러 각도다.

앞에 그려진 수박과 필통은 그림보는 사람 시각으로 그려졌고 제멋대로 쌓인 책들은 마치 그림 뒤쪽에서 본 것처럼 묘사됐다.

저자는 이승과 저승을 상징하는 두 가지 시각을 교차시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서가에 걸어놓은 그림 하나에서도 하늘이라는 존재를 잊지 않았다.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보는'귀신먹는…'와 달리 시인 최영미씨가 쓴'시대의 우울'은 남의 문화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저자는 서점의 책더미 속에서 발견해 냈던 렘브란트의'켄우드 자화상'에서의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을 직접 대면하기 위해 유럽을 찾았다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도중 발견한 미켈란젤로.고야.브뤼겔.로댕등 참된 자아를 찾아 고민하던 예술인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차 있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밀랍으로 붙인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던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담은 브뤼겔의 '이카로스의 추락'.신교.구교간의 갈등이 첨예하던 16세기에 그려진 그림이어서인지 인간탐욕에 대한 화가의 냉소적 시각이 엿보인다는 작가의 해석을 적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가 평소 애정을 가지고 있던 그림들을 개인적 경험과 느낌을 함께 실어 소개하고 있는게'내 마음속의 그림'.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연대기적 나열이나 미술사적 평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미술책이다.작품 선정도 외국과 우리나라,현대와 고전을 넘나든다.

아버지가 어렵사리 구해준 화집에서 화가 오노레 도미에를 발견해내곤 서민적이며 풍자적인 화풍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며 그의 그림에서 산업화가 한창이던 1863년께 프랑스 사회 단면을 유추해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밖에 르누아르.모네.앤디 워홀.박수근등 51명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 같은 감상기가 실려 있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민화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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