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연임하는 강영우 백악관 장애委 차관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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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정부에서 한국인으로는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시각장애인 강영우(60.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박사가 젊은이들에게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을 전하는 '도전과 기회'라는 한글판 책을 냈다. 지난달 국내에서 발간된 이 책은 1주일 만에 재판에 돌입했고,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곧 영어.일본어.중국어로도 번역돼 출간될 예정이다.

강 박사는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미국 내 5400만 장애인의 재활과 권익을 담당하는 유일한 연방기관인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에 임명돼 3년간 임무를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 정부와 의회의 신뢰를 얻어 다음달 초 재임될 예정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차관보(국무부 인권 담당)에 올랐던 고홍주씨가 2년2개월간 재직한 만큼 강 박사의 6년 연임은 기록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매년 네차례 강 박사에게서 정기 업무 보고를 받고 해마다 두번씩은 따로 만나 현안을 청취하고 업무를 격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박사는 이 책에서 '3C'이론을 설파한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능력(competence)은 기본이고 여기에 인격(character)과 헌신(commitment)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능력은 노력에 의해 축적이 가능하지만, 인격과 헌신은 '왜 사는가'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확립해야만 갖출 수 있다"며 "여기에는 부모들의 올바른 교육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녀에게 '배워서 남 주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너 자신이 잘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는 의미죠. 그러나 사실 공부는'배워서 남 주는 것'입니다. 미국의 인재들은 어릴 때부터 '남을 위해 공부하고 일하면 결과적으로 자기도 성공하게 된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합니다. 헌신의 정신을 체화한 인격자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끔 사회가 짜여 있기 때문이죠.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책에는 '3C'로 성공한 미국 지도자들의 자녀교육 방식과 장애를 딛고 고위직에 오른 자신의 역정 등이 담겨 있다. 의학박사인 큰아들과 미 의회 정책담당관이자 변호사인 둘째아들이 아버지의 교육 방식에 감사하며 쓴 글도 함께 실려 있다.

강 박사는 "지난 3년간 TV.휴대전화 등 6대 가전제품을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사용하게끔 제조업체들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성사시킨 게 가장 보람있었다"고 회고하고 "장애인 고용 및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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