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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에 맞선 '토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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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골리앗' 다국적 제약사들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내려는 '토종'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의약분업 전인 1999년 17.4%에서 지난해 27.2%로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건강보험 청구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9개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때로는 법정에서, 때로는 기술력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맞서며 힘겨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종근당] 특허소송 5년 대법원서 승소

◇법정 싸움 끝의 값진 승리=종근당은 지난달 17일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사이폴-엔'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5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종근당의 최종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물에 녹지 않는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제제 기술. 사이클로스포린은 장기 및 조직이식 후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서, 물에 녹지 않아 까다로운 제제 기술이 필요했다. 노바티스의 사이클로스포린에 대한 물질특허와 제법특허는 95년 종료됐지만 흡수율을 높이는 제제 특허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였다.

노바티스 제품인 '산디문뉴오랄'은 에탄올 등을 사용해 물에 녹는 성질을 갖게 했지만 97년 발매된 종근당의 '사이폴-엔'은 에탄올이 배제된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종근당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99년 소송을 제기했다가 2001년 1심과 올해 2심 및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한 것이다.

사이클로스포린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300억원으로, 노바티스와 종근당이 시장을 2대 1로 나눠갖고 있다. 장기이식 환자들은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시장 잠재력이 큰 제품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외제약] 특허만료 기술 자체생산 길터

◇틈새를 파고드는 기술개발=중외제약은 지난 4년간 180여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생제 '이미페넴'의 첫 제네릭(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의 같은 품질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미페넴은 광범위한 항균력과 내성균에 대한 효능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갖고 있는 물질특허가 90년대 후반 만료됐으나 최대 15단계에 이르는 고난이도의 합성과정 때문에 독점체제가 유지돼온 품목이다. 1㎏ 원료가가 1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연간 6억달러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 규모 또한 200억원에 달한다.

중외제약은 한국화학연구원 등과의 산.학.연 공동연구 끝에 5~7단계의 핵심반응을 두 단계로 줄여 가격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세계 첫 제네릭을 양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와함께 이미페넴의 양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안정한 중간체를 합성.분리해 국내외에 물질과 제법 특허도 출원한 상태이다.

8일 경기도 시화에서 이미페넴 합성공장 준공식을 갖는다.

개발을 담당한 문치장 상무는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은 제품으로, 앞으로 3년 뒤부터는 매년 1억달러 이상의 높은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이런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국내 신약개발의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박방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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