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멧돼지 습격사건'…논·밭 헤집고 다녀 농민들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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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농민들이 야생동물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다. 임진강 북쪽과 남방한계선 철책 아래쪽 민통선 일대가 주요 피해 지역이다. 숫자가 급증한 멧돼지(사진).고라니 등이 율무 등 농작물을 먹어 치우거나 논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연천군 중면 마거리와 신서면 도신.답곡리 등지의 논밭에서는 멧돼지.고라니.꿩 등이 씨앗을 파먹거나 갓 심은 모를 짓밟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남도희(57)연천군 신서면장은 "노루나 멧돼지 등이 막 돋아나는 콩싹을 뜯어먹는가 하면, 사료용으로 심은 옥수수를 마구 파헤치고 있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영숙(53.여.신서면 도신4리)씨는 "지난달 초 4000여평의 밭에 심은 율무씨를 멧돼지들이 파먹는 바람에 씨를 다시 뿌려야 했다"며 "작물이 영그는 여름철과 수확기인 가을철이 더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또 멧돼지들이 지렁이.개구리 등을 잡아먹기 위해 논과 못자리를 떼지어 헤집고 다녀 논농사 피해도 막심하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전기철책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민통선 지역도 마찬가지다.

7일 파주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민통선 지역 농작물 피해액은 2001년 41억여원→2002년 54억여원→2003년 66억여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피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인삼이 40%를 차지했고, 다음은 장단콩 38%, 벼 10%, 고구마 5%, 감자 4%, 고추 3% 순이다. 피해 면적은 2000년 60㏊에 불과했으나 2001년 110㏊→2002년 190㏊→2003년 195㏊로 넓어지고 있다. 해를 끼치는 야생 조수는 고라니 60%, 멧돼지 25%, 까치.꿩.비둘기 13%, 토끼 2%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말까지 장단콩 재배지 50㏊에 높이 1.8m의 울타리 59㎞를 긴급 설치할 계획이다. 또 2005~2009년 20억여원을 들여 농경지 1785㏊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내용의 '야생동물 피해 방지대책'을 마련, 환경부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농민들은 "한시적이나마 민통선 지역에 대한 포획 허가를 내줘 야생동물의 숫자를 줄일 수 있도록 하거나 농작물 피해 보상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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