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정 식.의약품 단속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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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배합한 신경통치료제를 만든 무허가 의약품 제조업자와 이를 판 약사등 9명이 검찰에 구속됐다.우리 국민들이 식.의약품의 안전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골다공증.녹내장.위출혈에 면역기능저하까지 일으킬 수 있는 부정의약품 수백만개가 약국에서 버젓이 유통됐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사리(私利)를 채우려 한 그들의 배포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인가.잊을만 하면 농약콩나물이 문제돼 서민들의 입맛을 망쳐놓더니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耐性)최고국이라는 반갑지 않은 보도도 있었다.뿐만 아니라 효능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외국의 식.의약품이'만병통치약'으로 인기를 끌면서 공항에서 검색소동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외국 식.의약품만 하더라도 대부분 효과는 즉각적이지만 인체의 대사기능파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호르몬제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당장의 효과에만 솔깃하는 소비자들의 무지와 과신을 틈타 부정의약품까지 나도는 상황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당국의 감시 미흡도 부정 식.의약품 범람의 토양이 되고 있다.보건복지부에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인력문제등으로 적극적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의약품의 안전성 평가도 외국의 임상실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취합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전문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업자들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농약콩나물만 하더라도 처벌은 대부분 판매정지나 영업정지처분 수준에 그치고 있다.이는 처벌규정이 미흡한데다 단속의지가 소극적인 탓도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이번에 검찰이 판매약사까지 무더기로 구속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당국은 부정 식.의약품의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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