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고교들 학교법인 운영권 둘러싼 말썽으로 파행운영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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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광주 시내 일부 사립고교들의 학교법인 운영권을 둘러싼 말썽이 재연조짐을 보이거나 장기화돼 학교의 파행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88년말 학내분규로 9년째 관선이사체제로 운영돼온 숭의(崇義)학원은 29일 일부 교사들이'구재단 복귀 반대'서명운동을 벌이는등 분규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숭의학원 산하 숭신공고.숭의중 교사 70여명으로 구성된 학교발전교직원협의회는“88년 당시 이사장이었던 구재단의 핵심인물이 최근 교육청등에 학교인수 의사를 표명하는등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분규 당시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인사에게 학교 운영을 다시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학원 교직원협의회 숭신공고(주간)교사대표 김병철(40)씨는 “대다수 교사들은 공고의 특성을 살려 학교가 발전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인수해주길 희망하고 있다”며“구재단측이 복귀할 경우 교사들의 농성등 집단행동으로 학교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숭의학원 관선이사회는 지난해말 학원 인수자 모집공고를 내 5명의 희망자가 나섰으나 새 학교법인 설립에 필요한 설립자등 이해관계인 동의서를 받지 못해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교사들이 주장하는 인사가 정식으로 인수희망 신청서를 낸 적은 없다”며“교사신분 보장과 학교민원 해결능력이 있다면 법적으로 특정인의 인수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88년 부정입학 문제로 관선이사체제에서 지난해 5월 정식 학교법인으로 출범한 유성(柳成)학원(세종고.광주시광산구신가동)은 학교 설립자와 신임 이사장간의 운영권 다툼이 법정으로 번져 교사들까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유성학원 설립자이자 전임 이사였던 柳모(61)씨가 최근 현 崔모(43)이사장을 상대로'이사장 사임 의사표시'민사소송을 제기했다.

柳씨와 崔이사장이 내부적으로 맺은 차용증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학교인수과정에서 崔이사장이 柳씨와 내부약정을 맺고 정상화에 필요한 7억3천여만원을 차용형식으로 출연했던 것이다.

柳씨는“차용증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갚을테니 이사장에서 물러나라”는 주장인 반면 崔이사장은“사립학교는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용증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 학교 일부 교사들은“두사람간 법적 소송으로 학교 명예가 크게 실추돼 교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두사람의 이해관계에 일부 교사들까지 연루돼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학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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