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心 업고 기득권 고수 - 이회창 대표 '사퇴불가'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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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는 반(反)이회창연합의 끈질긴 공세에도 불구하고 대표직 사퇴불가 입장을 일단 고수했다.언젠가는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임에도 지금은 때가 아님을 확인받은 셈이다.

29일 전국위를 앞둔 상황이어서 대표직을 물러날 계기가 마련됐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내린 결론같다.무엇보다 李대표는 이번 사퇴논란을 기세싸움으로 본 듯하다.여기서 물러서면 회복이 어려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때문에 사퇴를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李대표는 앞으로도 기득권을 활용해 대세론을 확산시켜나가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으로서도 李대표가 원치않는 사퇴를 강요할 생각은 없었으며,그럴 분위기도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그러나 李대표에게는 앞으로도 넘어야할 관문이 많다.

특히 반 李연합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이같은 대치상태가 굳어지면 자칫 경선에서까지 반 李연합이 연대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야권은 야권대로 표적이 보다 확실해졌다는 판단아래 李대표 흠집내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명분상의 손실도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것같다.李대표는 기득권 고수라는 실리(實利)를 택했다.반대세력은 공정성시비를 계속 쟁점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대선자금의 경우에서 나타났듯이 李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여권의 약점이나 궂은 일을 떠안게 됐다.6월의 임시국회에서 야권과 여권 내부의 공세는 李대표에게 큰 시련이 될 것이다.

물론 반 李연합은 더 큰 부담을 안게됐다.그들은 李대표의 사퇴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폈음에도 목적을 달성하는데 일단 실패했다.더구나 金대통령이 현시점에서 李대표의 사퇴를 바라지 않음이 분명해진 것은 반 李진영에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李대표를 金대통령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전략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어쨌든 사퇴논란은 일단 고비를 넘겼다.29일의 전국위에서 반 李진영이 발언권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등을 검토하고 있어 여진은 계속되겠지만 당분간 현상황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주자들은 고착양상을 보이는 전선(前線)을 사이에 두고 대의원과 지구당위원장 포섭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교준 기자

<사진설명>

박관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신한국당 당직자들이 28일 오후 당사 승강기 안에서 이회창대표 교체 검토설이 보도된 석간신문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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