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곳’ 청와대·감사원에 투서 집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투서를 가장 많이 접하는 기관 중 하나는 감사원이다. 감사원 직원들은 “투서와 제보 전화가 부쩍 늘어 원래 하던 일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인사철이면 쏟아지는 투서들 중엔 근거가 희박한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짓 정보’로라도 경쟁자를 꺾어보겠다는 심산에서 나온 허위 제보와 투서를 어떻게 가려내느냐가 감사·사정 당국의 고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철에는 제보자들이 신빙성이 있는 자료를 갖춰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며 “대부분 단순 음해성 자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직사회라는 게 일을 하면서 평판을 얻고 거기에 따라 자리가 정해져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투서 등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투서는 이른바 ‘끗발 있는’ 기관에 집중된다. 청와대·국무총리실·감사원 등이다. 투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으로 투서를 한다고 대통령·국무총리·감사원장이 투서를 직접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관마다 투서를 처리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우선 청와대는 우편 등으로 접수돼 출처가 분명한 투서는 민원제도비서관실이 접수한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따라 각 비서관실로 분배한다. 투서를 넘겨받은 비서관실은 내용을 검토한 뒤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처로 통보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폐기다.

출처가 불분명한 투서는 민정1·2비서관실이나 인사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 이곳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내사를 벌인 뒤 조치를 취한다. 장기적인 조사나 관찰이 필요하면 감사원으로 투서를 넘겨 감사도 실시한다.

청와대의 민원제도비서관실 역할을 하는 곳이 총리실에서는 정보관리비서관실이다. 이곳에서는 투서의 내용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시정조치를 취하거나 해당 부처에 통보한다. 각 부처의 감사관실이 이런 일을 맡는다. 경우에 따라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결국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온 투서 중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들은 모두 감사원으로 모이는 셈이다. 이렇게 모인 투서들을 주로 다루는 감사원 내 조직이 특별조사국이다. 4개의 조사과로 구성된 특별조사국은 감사원 안에서도 ‘엘리트 별동대’로 통한다. 각 과에는 10~15명의 베테랑이 배치돼 있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