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선 빙하기 대학가 대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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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취업 빙하기(氷河期)'.대학생들의 취업난을 비유하는 말이다.학생은 영어학원으로,교수는 기업으로 찾아다니며 취업에 안간힘을 쏟지만 심각한 구직난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대학은 일상화한 취업특강.모의면접 뿐만 아니라'취업강좌'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고'졸업생 품질보증제'를 선언하는등 체계적 취업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희대는 이번 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인성교육및 진로특강'을 개설,8회 이상 수강생에게 1학점을 부여한다.매달 1회 진행하는 특강에는 송자(宋梓)전연세대총장등 학계.경제계 저명인사가 진로에 대해 강의한다.이 강좌에는 매회 2백~3백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메울 정도로 성황이다.

한양대가 올해 개설한 3학점짜리 교양선택과목인'일과 직업의 선택'은 진로지도가 주 내용이다.

건양대의 올해 신입생은 학과특성에 따라 전공영어시험 또는 토익을 치러 일정점수 이상 획득하거나 영어 커뮤니케이션.시사영어.비즈니스 잉글리시등 영어 관련 학과목 4개 이상을 수강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취업난을'강건너 불'로 여기던 서울대도 97학년도 졸업생 순수 취업률이 전년도보다 6% 감소한 30%에 머무르자 대책마련에 부산하다.교무처 장학과 김태수(金泰洙)씨는“올들어 대기업 취업추천서는 끊기다시피 했고 가끔 중소기업 추천서만 20~30장 정도 들어오는 형편”이라고 전한다.지난 6일부터 사흘동안 기아자동차.매킨지등 10여개 기업을 초청,개교 이래 처음 연'취업박람회'에는 7백~8백여명의 학생이 몰렸다.

대학졸업생에 대한 지속적 품질관리를 약속하는'졸업생 AS 프로그램'과'졸업생 리콜제'도 취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졸업생 재교육시스템을 95년 최초로 도입한 아주대는 올해는 전기공학부.경영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특강할 계획이다.한국외국어대는 이번 학기부터 졸업생을 초청,세계경영 전략과 기업정보화 전략등 경영학의 신조류를 매월 한차례 소개한다.

배재대는 지난해 12월 무기재료공학과 졸업생 50여명을 불러 최신기술에 대한 특강을 실시한바 있다.

그러나 대학의 취업담당자들과 기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은 취업난이 구조화하는 시점에서 취업박람회 개최와 취업관련 교과목 강의 실시등 단기대책도 중요하지만 학과 개편등 사회의 인력수요에 부응하는 장기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이동통신 최상빈(崔相彬)경영기획실장은“정보통신업계의 경우 인력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구직난속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충분히 키워내는 것이 산업화.정보화시대의 대학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철학과 김남두(金南斗)교수는“현재의 백화점식 학과체제를 경쟁력있는 특성학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현철.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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