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에 상식파괴 바람 - 고정관념을 빼면 고객이 잡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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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병원에 입원한 한 소녀가 친구로부터 병문안 온다는 전화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치료 때문에 머리가 다 빠진 흉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친구.그런데 그 친구도 빡빡머리가 아닌가.가장 값진 문병 선물을 위해 자신의 머리를 깎고 나타난 친구의 모습과 함께'마음만 있다면 나눌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크라운제과가 방영중인 과자제품'크라운 하임'의 TV광고(㈜거손 대행)내용으로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광고지만 최초 기획단계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다른 광고들처럼 가수도 나오고 춤도 추면서 명랑하게 보여야지 웬 환자복에다 빡빡머리냐”는 반대의견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라운제과는 결국 광고에 대한'고정관념'을 탈피했고,이로써 최소한 주목률면에서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들어 이처럼 통념과 관행을 과감히 깨고 나오는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광고들이 소비자가 혼동할 정도로 차별성이 없어 주목률 자체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반성에서 파격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주부가 등장해온 표백제 CF에 난데없이'걸레스님'중광을 내세운 옥시크린 광고(대홍기획 대행)도 같은 맥락이다.우선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걸레스님의'걸레'라는 단어가 표백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도 얻고 있다.

옷이 비에 흠뻑 젖게 했던 제이빔 광고도 이 제품의 테마인'자유'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옷이 젖는다는 이유로'비오는 날 촬영'을 피해온 의류광고의 금기를 역이용한 것이다.

이밖에 정치인.언론인들이 회초리 맞는 장면을 내보내는 하이트맥주의 인쇄광고,주부모델 대신 남편만을 내세우는 바닥재 광고(LG초이스.한화 아르떼),여성끼리의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라피네화장품 광고,엄마 대신 할머니를 내세운 일동후디스 분유광고도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광고들이다.

대홍기획 관계자는“고정관념에서 너무 벗어날 경우 제품과 동떨어진 이미지로 반감을 가져다줄 위험성도 있다”고 경계하고“그러나 모델 선택에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것들이 난무하는 국내광고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 영역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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