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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미국.EU 共助 시험대 될 이란 大選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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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란 대통령선거(23일)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란의 향후 대외정책에 관한 후보들의 정책방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단지“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이란의 대외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이란의 외교정책은 대통령이 아니라 이슬람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 이란외무장관의 입장표명만이 알려 졌을 뿐이다.

이는 이번 이란대선에 참가한 모든 정파가 지구상의 가장 사악한 존재이자 전세계 이슬람교도의 공적(公敵)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도를 외교정책의 주된 목표로 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란에 대해 미국도 적대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미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의 국가이익과 세계질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이란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6월 19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을 살해한 폭탄테러사건의 배후에도 이란이 자리잡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이같은 심증이 확신으로 바뀔 경우 적절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임을 누차 강조해왔다.

미국은 이미 이란에 대해 이란이 지금도 ▶아랍과 이스라엘간 평화협상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고 ▶지난 83년엔 레바논 주둔 미해병 2백41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테러의 배후로 작용했으며▶핵무기.장거리미사일등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했거나 하고 있고▶호르무즈해협에서의 운행선박이나 걸프만 주둔 미군에 대한 테러위협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며 정치적.경제적으로 이중의 봉쇄망을 치고 있다.

미국은 또 유럽연합(EU)도 미국의 대(對)이란 봉쇄에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그러나 EU국가들은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이란과의 관계단절을 거부,미국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은 이란으로 하여금 더욱 더 비이성적이고 과격한 노선을 걷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한다.때문에 이번 이란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미국과 EU는 이란에 대한 공통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럽국가들은 비록 현단계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반대하지만 이란이 국제테러사건을 계속 지원하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주장하는 이란에 대한 정치.경제봉쇄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입장과 EU의 온건입장이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에 대한 이란의 적대적 입장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그럴 경우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관계 또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리=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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