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세에 대만외교 휘청 - 홍콩카드 활용 중남미등에 斷交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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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만외교가 홍콩반환 카드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밀려 휘청거리고 있다.유엔탈퇴전인 71년 54개국에 달했던 대만의 수교국가는 지난 19일 카리브해의 외교 요충지였던 바하마가 떨어져 나감으로써 이젠 30개국에 불과하다.대만외교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30개국 이상과의 수교유지가 붕괴직전에 놓인 것이다.오는 12월로 예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단교,불안하기 짝이 없는 서아프리카 상투메 프린시페 공화국과의 수교관계,중국의 밀물공세에 언제 함락될지 모를 중남미의 15개 수교국가등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중국이 오는 7월 반환되는 홍콩의 운명을 외교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대만외교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대만 수교국가들에 대해선 홍콩내 영사관을 폐지할 것이라는 중국의 엄포에 나이지리아가 지난해 8월 대만과 단교한데 이어 석달뒤인 11월엔 아프리카에서 대만외교의 최대 보루였던 남아공마저 대만과 단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에 대만을 등진 바하마도 단교의 공식적인 이유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홍콩이란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란 점을 분명히 밝혔다.중국은 현재 이같은 홍콩카드를 내세워 대만과의 수교 30개국중 절반인 15개국이 밀집해 있는 중남미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난 3월엔 주유엔대사인 중국 친화쑨(秦華孫)이 중남미를 순방하며 대만수교 국가들중 코스타리카와 파나마등 7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싶다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과테말라가 중국 신화(新華)통신의 진출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이티와 파나마에는 이미 중국 상무기구가 들어선 상태다.

이에 대만은 지금까지 구사해온 금전.실리(實利)라는 외교원칙 위에 고위층의'실종(失踪)외교'로 맞서고 있다.국내에서 갑자기 사라진뒤 나중에 알고 보면 외국을 비밀리에 방문중이어서 이름붙여진 이'실종외교'는 지난해 8월 롄잔(連戰)부총통이 처음 동구지역으로 잠입하면서 선을 보였다.

이어서 남아공과의 단교가 확정된 지난해 11~12월엔 장중링(蔣仲령)국방부장과 장샤오옌(章孝嚴)외교부장이 잇따라 비밀리에 유럽과 아프리카로 잠입,외교전을 폈다.치열한 중국의 공세에 맞서 대만이 이같은 실종외교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주목거리다.홍콩=유상철 특파원.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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