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보석함>환희의 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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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영화로운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우리들의 무딘 말로 기릴 줄이 없어라/봄비맞아 움터나는 나뭇잎을 보아도/햇볕 안고 피어나는 봉오리를 보아도'.현행 중학교 교과서에 선교사 한왈레의 번역으로 실린'환희의 찬가'는'합창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진 베토벤의'교향곡 제9번'의 피날레 악장중'환희의 찬가'가 원곡.1785년 발표된 프리드리히 쉴러의'환희의 찬가'중 몇 귀절만 인용해 곡을 붙인 노래다.'도레미파솔'만으로 돼 있는 단순한 민요풍의 선율이다.원래는'환희(Freude)'대신'자유(Freiheit)'였으나'자유'라는 두 글자만 나와도 과민반응을 보인 19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의 검열로 가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89년 12월23일 2차세계대전 참전국 출신으로 구성된 단원들이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할 때 쉴러의 원작대로'자유의 찬가'로 고쳐 불렀다. 〈본지 3월4일자 37면 참조〉 이에 앞서 72년 카라얀이 편곡한'환희의 찬가'는 유럽연합의 공식국가로 채택됐다.연주할 때 반드시 유럽 각국의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22~23세의 젊은 연주자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야 한다는게 원칙이다.또 82년까지 독립이전 짐바브웨의 국가로도 불렸다.'일어나라 로디지아의 음성이여.' 국내에는 1909년'혼인찬미'로 찬송가에 처음 실렸다.존 데이비전의 가사로 1884년 출판된 미국 감리교 찬송가가 선교사를 통해 소개된 것.현행 찬송가에도 그대로 수록돼 있다(287장).'오늘 모여 찬송함은 형제 자매 즐거움/거룩하신 주뜻대로 혼인예식 행하세/신랑신부 이 두 사람 한몸되기 원하며/온 집안이 하나되고 한뜻되게 하소서'. 그후 시편 71편23절을 내용으로 1907년 반 다이크가 작사한 찬송가도 현행 찬송가에 수록됐다(13장).'기뻐하며 경배하세 영광의 주 하나님/주 앞에서 우리 마음 피어나는 꽃같아/죄와 슬픔 사라지고 의심 구름 걷히니/변함없는 기쁨의 주 밝은 빛을 주시네'. 89년 발간된 미국 감리교 찬송가에는 부활절 찬송'그리스도 사셨다! 외쳐라 호산나!'(작사 브라이언 렌)로 수록됐다.

일본에서는 1947년 문부성이 펴낸 소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시인 이와사 도이치로(岩佐東一郎.1904~74)의 가사로 실렸다.제목은'기쁨의 노래'.'맑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이여/작은 새는 숲에서 노래한다/마음은 명랑하고 즐겁다/서로 마주보자 우리의 밝은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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