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안방극장 '문화' 없다 - 유일한 프로 '문화탐험 오늘'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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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대중문화의 현상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다.유일하게 남아있던 KBS-1TV'문화탐험 오늘'(월 밤11시40분)이 19일부터 없어진다.오후 방송 시작이 5시에서 4시로 당겨지며 바뀐 편성에서 빠졌다.

한국영화.재즈.뮤지컬등 대중문화 각 분야를 다룬 다큐멘터리'문화…'은 지난 3월 봄 개편에서 새로 생겼다.한보청문회 때문에 몇번 빠지고 고작 7회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문화계의 사랑을 받아왔고 시청률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TV에서 이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묘한 현실이다.남은 것은 고작 아침 방송에서 가끔씩'어디서 무슨 영화를 한다더라'고 알려주는 정도 뿐.이런 상황에서'문화…'이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 한번 돌이켜보자. 기성세대는 펑퍼짐한 바지에 남자까지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원초적(?)인 욕지기를 느낀다.반면 트로트가요에는 괜한 향수를 떠올린다.

이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조건'좋다',아니면'나쁘다'다.'왜'가 없다.

'문화…'은'왜'를 던져준다.대중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일부 사람들은 왜 이에 열광하는지를 말해준다.저편의 행태를 거부하더라도 일단 이해는 해야 한다는 취지다.그래야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보다 건전한 대중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그래서'문화…'은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이다.KBS는 낮방송 연장에 따른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든다.그러나 타당치 않다.'문화…'은 5명이 만든다.역시 매주 나가는 KBS'특종 비디오저널'은 제작진이 9명이다.속사정이 있는 듯하나 알 길이 없다.

문화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의 폐지에 반대가 많다.한 영화감독은“뉴스 빼놓고는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 없어졌다”며 울분을 토했다.YMCA 시청자심의운동본부도 KBS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것등을 검토중이라고 말한다.KBS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지상파에서 마지막 남은 문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란다.대중문화 진단 프로그램의 실종이 단지 KBS만의 책임은 아니다.MBC와 SBS도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건강한 대중문화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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