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호주원정 제작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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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 영화를 국제화하고 질높은 상품으로 개발하는데 호주 영화산업이 주요 파트너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로케를 한 몇몇 CF와 방송 프로그램들이 호주 영상업체의 장비.기술을 이용해 꾸준히 제작돼 왔으나 최근엔 상당수 극영화들의 제작과 후반작업이 잇따라 호주의 영화업계와 손잡고 만들어지고 있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된 95년 이후 호주영화계에서 작업이 더욱 활발해져'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촬영직후 편집.녹음.현상.믹싱등 모든 후반 작업을 호주에서 진행했고 히트작인'은행나무 침대',장선우 감독의'꽃잎'등도 호주에서 녹음.현상됐다.

최근엔 MBC프로덕션 황인뢰 감독의 극장영화 데뷔 작품인'꽃을 든 남자'도 호주에서 후반작업이 진행중이다 7월 개봉 예정인 신인 정흥순 감독의 코미디 액션'현상수배'는 사전 기획작업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호주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이같은 호주 제작붐은 사운드와 현상.특수효과등에 대한 관객의 요구수준은 높아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작체계가 별다른 발전을 못하는 상황에서 할리우드 못지않은 질좋은 제작기법을 보다 비교적 싼 값으로 도입할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상수배'의 제작자 유인택(시네2000 대표)씨는“호주에는 시나리오만으로도 완성된 작품을 보는 듯한 철저한 사전준비,오차를 허용치 않는 정확한 촬영 계획등 합리적인 제작방식이 토착화돼있어 인건비가 비싼데도 제작비.시간을 절약할수 있는 것같다”며 호주 제작의 이점을 설명했다.

실제로'현상수배'는 백인사회에서 말썽을 피우는 깡패를 주역으로 한 내용으로 기획돼 처음엔 미국에서 제작하려고 했으나 호주에서 만들 경우 비용을 3분의1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시나리오를 수정,무대를 호주로 이전했다.약2백만달러(18억)의 예산을 잡고 있는'현상수배'는 미국에서 제작되면 5백만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며 같은 내용의 영화를 우리 제작체계에서 만들어도 2백만달러 이상이 들게 된다는 것.이같이 한국의 영상산업이 호주쪽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되자 자국의 영화시장이 정체해 있는 호주쪽에서는 한국을 가장 중요한 외국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따라 호주영화광고산업제작단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 지난 12,13일 하얏트호텔에서 호주 영상산업에 대한 세미나와 리셉션을 잇따라 여는등 한국영화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상수배''꽃을 든 남자'의 제작을 맡은 호주 애트랩사의 제임스 파슨스 국제협력실장은“할리우드 최고 제작진에 버금가는 인적 자원.특수효과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으면서 할리우드보다 적어도 30% 싼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작'로미오와 줄리엣'의 특수효과로 유명하며 중국의 반체제 작가 주샤오웬 감독의'황제의 그늘'후반작업을 하기도 한 컴플리트포스트사의 수잔 다모디는 “경제가 발전한 한국에서도 좋은 장비를 갖출 수 있지만 호주는 훨씬 뛰어난 인적 자원과 소프트웨어를 길러왔다”며“작품 자체 뿐만 아니라 인적.기술적 교류등 보다 광범위한 합작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첨단장비는 갖췄으면서도 기술인력이 달리는 우리 영화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호주 영화계에 후반작업을 맡기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추세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멸>

우리 영화를 세련되게 만드는데 호주의 영화제작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사진은 전작이 호주에서 제작되는'현상수배'를 호주인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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