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살펴보니 지역·기수 안배 …‘조직 안정’ 고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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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실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안정과 조화’에 치중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논란이 된 TK(대구·경북)의 약진이나 기수 파괴 등 눈에 띄는 파격은 없었다. 대신 간부들의 분야별 전문성이 높아져 ‘일하는 분위기’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번 인사의 백미였던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에는 천성관(52·사법시험 22회) 수원지검장이 승진했다. 출신 지역(충남 논산)이나 기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조직의 안정감을 높였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천 검사장은 대검 공안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냈다는 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공안통’이다. 법질서 확립 목소리를 높이는 검찰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규(51) 신임 대검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기조부장을 거치면서 기획력과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노환균(52) 대검 공안부장은 울산·창원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공안 전문가다. 한상대(50) 검찰국장은 탁월한 정책 판단 능력이 장점이다. 대검 관계자는 “빅4의 스타일로 볼 때 올해도 검찰이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검찰 수뇌부를 보좌하는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에 나란히 호남 출신 인사를 배치했다. 지역적 안배에 신경을 쓴 모양새다. 문성우(53) 대검 차장은 광주, 이귀남(58) 법무부 차관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이들은 각각 경북이 고향인 법무부 장관과 경남 출신의 검찰총장을 보좌하게 된다. 현직 검사장 중 최고령이면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신상규(60) 인천지검장이 광주고검장으로 승진한 것도 조직력을 높이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권재진(56) 대검 차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검찰의 수사를 이끌었던 박용석 대검 중수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이동했다. 대표적인 TK 출신인 두 사람의 보직 이동엔 검찰 내외의 관심도가 높았다.

조직 안정과 전문성을 구축한 이번 인사에서 검찰은 ‘속앓이’를 했다. 인적 쇄신을 추진하는 수뇌부와 일선 검사장들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태현 법무연수원장과 박영수 서울고검장 등 4명의 간부들이 용퇴를 결심하면서 인사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수뇌부의 퇴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일부 검사장이나, 지난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됐던 검사장급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박영관(57) 제주검사장은 초임 검사장들의 보직인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나자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박 검사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병풍 사건’을 수사하면서 편파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조한욱(53) 광주고검 차장과 김상봉(51) 부산고검 차장도 각각 초임 검사장급의 발령지인 광주지검 차장과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검사장의 사퇴가 이어질 경우 추가로 검사장 승진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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